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과 관련된 이야기
2017년 정유년 “닭의 해의 단상”이라는 주제로 2회에 걸쳐 칼럼을 게재 하였었다. 한문반 학우 한분이 “글 내용 중에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속담에 관해서는 왜 언급이 없느냐?”고 물어왔다. 이 속담이 남성우월주의가 뿌리 깊은 동양유교문화권에서 회자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언급을 하지 않았었다. 암탉은 여성을 상징하는 것이고, 운다는 것은 여성의 역할과 권리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때, 이 속담을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대변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008년 1월 1일 호주제라는 것이 폐지되었다는 사실이다. 호주제는 일제 식민지시대에 일본식 호적제도를 한국에 이식한 것이었으며, 해방과 함께 폐지 내지 수정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암탉이 울어서는 안된다는 정서가 팽배했던 그 시기에 맥을 출 수가 없었다. 그후에 우여곡절을 겪기는 하였지만 여성이 기를 펼 수 없었던 호주제는 폐지되고 가족관계등록법 시행(2008.1.1)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법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한자로 호주[戶主]는 한국의 민법상, 한 가[家]를 거느리며 부양하는 일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호주제 폐지
이 제도가 남성 우위의 관점으로 만들어진 제도이기에 여성의 인권침해를 비롯해서 갖가지 모순과 불합리한 내용으로 문제를 야기시켜 왔다. 국민 개개인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점과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관계를 조장한다는 점을 지적하여 매번 위헌 심판과 헌법 소원을 청구하여 왔었다. 많은 문제점 중에서도 호주승계권을 들 수 있다. 호주승계 순위를 장남→기타 아들→미혼의 딸→처→어머니→며느리 순으로 정해 놓아 아들 선호를 조장하였고, 가족 서열을 문란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아들을 1순위로 하는 호주승계제도는 아들이 딸보다 더 중요하다는 관념과 아들이 어머니나 누나보다도 상위 개념에 놓이는 악습이라고 지적돼 온 것이다. 예를 들면 어느 가정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 아들은 한 살이고 딸은 스무 살이 넘어도 호주 상속은 아기인 아들이 상속한다든지, 어린아이들만 있는 경우라도 아내가 사망한 남편의 호주 지위를 상속할 수 없었고 아이들이 호주를 상속했다. 특히 모든 가정생활은 홀로 남은 아내가 처리하는데도 호주는 어린아이인 경우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가 속출해 호주제는 설 기반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최재천 교수가 주장한 미토콘드리아 DNA의 모계유전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호주제 폐지를 심의하는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 출석해서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온전히 암컷으로부터 온다는 ‘생물학적 사실’이 그것이다. 최 교수는 이를 토대로 “생물의 계통을 밝히는 연구에서는 철저하게 암컷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간다”며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호주제의 근간으로 치부되는 부계혈통주의는 생물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정치·사회적 근거는 배제한 채 순수한 과학적 사실에만 입각해 호주제의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이같은 최 교수의 의견이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는 데 주효하게 작용했음은 자명하다. 그는 이미 여성계에서 유명인사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그의 공을 인정해 지난해 3·8 세계 여성의 날 96돌을 맞아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줬을 정도다. 그러니 이런 여성단체가 활동하는 자리에서 암탉이 울면…. 어쩌구 하는 말을 꺼냈다가는 당장에 탄핵대상이 될 것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의 유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의 유래를 검색해 봤다. 시원[始原]은 중국이며 나라가 망하면 그 죄를 여자들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예를 들면 하나라(夏朝)는 매희(梅姬)가 망쳤고, 은나라(殷朝)는 달기(妲己)가 망쳤으며, 주나라(周朝)는 포사(褒姒)가 망쳤다고 했다. 안녹산의 난(安史之亂)은 양귀비로 말미암아 일어났으며, 청말[淸末] 8국의 연합군에 의해 북경이 쑥대밭이 된 것은 자희태후(慈喜太后)가 불러일으킨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여자를 암탉에 비유하고 여자의 목소리가 높으면 집안이 망한다는 의미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전해 내려왔고 또 속담이 되었다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왕조가 교체될 때, 전 왕조를 뒤엎으려면 반드시 명분이 필요했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정권을 탈취하는 자들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그들의 정권탐욕은 숨기고 있다. 예를 들어 주무왕(周武王)이 은주(殷紂)의 정벌에 나서면서 군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명분을 걸고 호소했다. “나를 따른 제후와 용사들이여, 이제 창과 칼을 들어라. 옛 사람들이 이르기를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다. 지금 주왕(紂王)은 여색에 빠져 스스로 제 집안을 망치고 백성을 못살게 굴고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 나는 삼가 하늘의 뜻을 받들어 주왕을 치려하는 것이니라.” 주무왕이 이런 명분을 내건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은의 주왕은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있었다. 걸왕에게 매희가 있었다면 주왕에게는 달기가 있었다. 이 두 여인은 모두 유소씨 나라에서 헌상한 절세의 미인이었으며 욕망은 끝이 없었다. 주왕은 달기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가혹한 세금을 걷어 들이고 무자비하게 백성들의 재물을 약탈해 들였다. 이리하여 궁중에는 재물이 가득 차게 되었고 술은 못을 이루고 고기는 숲을 이룰 정도로 넘쳐났다[酒池肉林]. 또 호화찬란한 궁전을 짓고 동산과 못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음탕한 음악에 맞추어 실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나체의 젊은 남녀들이 주지(酒池)를 돌면서 서로 쫓고 쫓기며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황홀경에 빠지면서 연못의 술을 들이 키고 숲의 고기를 미친 듯이 뜯어 먹는다. 600년 역사를 자랑하던 은왕조가 주왕이 달기의 끝없는 욕망을 채워주려는 데서 썩을 대로 썩어 결국 주무왕에 의해 전복되고 말았다. 위 이야기는 <사기>에 실려 있으며, 본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매희나 달기처럼 무릇 왕에게 방탕하고 음탕한 욕망을 채우려고 청하는 말을 왕이 다 들어주기 위해 나라를 망쳐 먹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논어[論語]의 여성비하 구절
언젠가 고전공부모임 에서 논어의 여성비하의 뜻이 담긴 것 같은 구절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논어의 양화장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子曰 唯女子與小人 爲難養也 近之則不孫 遠之則怨. 공자가 말했다. “오직 여자와 소인이 함께 지내기 어려운 상대다. 그들은 가까이 하면 덤비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암탉이 운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여자를 소인 [小人]과 동격으로 비유한 것은 공자가 근본적으로 여자비하의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2500년 전의 사회상을 현대에 맞추어 재단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지만 근 3,000여년 전에 회자 되었던 속담이 자취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신 속담, “암탉이 울면 집안이 흥한다”
세간에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흥한다”는 신[新]속담을 내걸기도 한다. “암탉이 울면 수탉이 위로한다!” 등 속담에 남아 있는 가부장제 사회의 잔재를 없애보자는 재치 있는 신 속담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 대신 ‘암탉이 울면 수탉이 위로한다’고 말하며 ‘사내 대장부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가 떨어진다’가 아닌 ‘사내 대장부가 부엌에 들어가면 부부금실이 좋아진다’고 외치는 발랄한 아이디어도 있다. 양성평등 사회를 꿈꾸는 신세대들의 바람이 물씬 느껴진다. 한국의 여성부 어린이 홈페이지 ‘평등 어린이 세상’(www.kids.moge.go.kr)을 통해 진행한 새로운 속담 만들기 행사 결과를 발표한 자료가 있다. 최우수상은 ‘남자는 젓가락이요, 여자는 숟가락이다’가 뽑혔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란 속담 대신 하나라도 없으면 식사를 할 수 없는 숟가락, 젓가락 관계처럼 부부가 서로 돕고 사는 사회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암탉이 울면 망한 집도 일어선다’는 우먼 파워를 극찬하는 신속담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독일의 메르켈 총리
두 여성지도자의 비교는 간단하지 않다, 다소 지엽적인 비교가 등장한 일이 있다. 1954년생인 메르켈 총리는 1952년생인 박근혜 대통령보다 두살 아래다. 메르켈은 물리학을 전공하였고 박근혜 대통령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메르켈총리는 2005년부터 네 번의 걸친 연임을 하며 독일정부를 이끌어 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직접 시장을 봐다가 남편의 밥상을 차려주며 가정주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은 긴급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머리고 옷 매무새고 손질하지 않은체 달려가는 사진이 공개된 일이 있고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시에 머리 손질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때문에 혹독한 추궁을 받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2010년을 제외하고 포브스는 그녀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선정하였으며, 2015년 ‘타임’은 그녀를 ‘자유 세계의 총리’(Chancellor of the Free World)라는 이름으로 ‘올해의 인물’에 선정하였다. 메르켈 총리라면 “암탉이 울면 집안이 흥한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