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Spanish Moss[스페인 이끼]
“공중 나는 새를 보라”라는 찬송가는 하나님의 섭리에 감사하며 살아 가기를 권면하는 가사 내용이지만 나태함도 용인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 찬송가였다. “공중 나는 새를 보라. 농사 하지 않으며 곡식 모아 곡간 안에 들인 것이 없어도 세상 주관 하는 주님, 새를 먹여 주시니…..” 곡간에 쌀 한 톨 없이 어떻게 살아 갈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마치 나의 이 의아[疑訝]해 하는 속내를 들여다 보고 “나를 보라” 란 듯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는 실타래 같은 것이 있다. 엉켜있는 실타래도 아니고, 푸라스틱 잔해도 아닌 생물체가 분명 하다. 뿌리도 없고 변변한 이파리도 없는데 성장하면서 자손도 퍼뜨리는 생명체이다. 이것을 처음 본 나는 여기 저기 이름을 물어 보았지만 아는 분이 없었다. 이 괴이한 생명체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샘풀[sample]을 가지고 종묘상[nursery]을 찾아가 그 이름을 알아냈다. “Spanish Moss[스페인 이끼]” 혹은 “Air plant”라고 부른다며 종이 쪽지에 써 주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미국이나 남아메리카에는 너무나 흔한 식물인데, 눈이 어두웠던 나는 느지막해서야 이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Spanish Moss는 미국 남동쪽, Florida 로부터 Maryland, Texas 외곽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인데 이지역에 살던 Spain 사람들이 스페인의 턱수염 “Spanish beard” 같은 이끼[Moss]라고 해서 불려진 이름이라고도 하며, Spanish moss와 관련된 설화[tale]도 있다. 미국의 남부지방인 찰스턴[Charleston]에 한 스페인 이민자가 그의 약혼자[fiancé]와 함께 농장을 일구려고 왔다가 인디안 에게 공격을 받았으며 인디언이 약혼자의 머리카락을 잘라 참나무에 던졌는데 나무에 걸려 있던 머리카락이 백발이 되고 다른 나무로 퍼져 가면서 Spanish moss가 되었다는 것이다.
Spanish moss는 거목인 참나무나 편백나무 등에 매달려 살지만 숙주가 된 나무로부터 혜택을 받는 것 없이 단지 서식 장소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Spanish Moss는 꽃도 피고 종자도 만들어 번식하며 줄기 겸. 잎의 절편[切片]으로도 번식한다. 빗물에 섞여 있는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해서 성장하고 번식 하며 유유자적하게 생화하고 있는 것이다. 뿌리가 없으니 흙이 필요 없으며 오로지 공중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매정하게도 오랜 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 잠자며[휴면기] 비 올 때를 느긋하게 기다린다고 한다.
몇 년 전에 친지 한 분으로부터 Spanish moss 한 뭉치를 얻어다 뒤뜰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쳐 놓았던 것이 번식을 해서, garden에 있는 나무마다 1m 가까이 자란 Spanish moss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1월에 줄기 사이에서 작은 꽃들이 피었다가 지금은 바싹 마른 꽃잎의 흔적이 남아 있는 상태다. 아직 씨를 확인하고 채취하지 못했으나, 분명히 씨가 있으며 바람에 날려 나뭇가지, 바위틈 등 에 끼어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발아하며 성장한다고 한다. 아열대 기후에 습기가 있는 어둠 침침한 나무 그늘 속을 좋아한다고 한다. 어느 생물이건 영양소가 필요한데 빗물 속에 있는 무기물이 영양분이라니 너무 무모[無謀]한 생활방식이 아닌가? 아무 도움도 없이 빗물을 흡수하며 수 십 만년, 자자손손 살아 가는 모습이 경이롭다.
이끼[moss]라고 부르지만 족보상으로는 파인애풀과 근친관계[近親關係]가 있다고 한다. Spanish Moss는, 원산지에서 정상적인 경우, 한 해에 1m로부터 1.8m까지 자란다. 바깥쪽으로 뻗어 부피를 늘려 성장해 가면 안쪽은 괴사[怪死]하게 되고 씨앗이 괴사한 안쪽에 끼어서 발아하여 새로운 줄기를 형성해 간다. 정원에 큰 나무가 있으면 가지마다 치렁치렁 매달린 Spanish moss가 운치를 북돋아 준다. 호주의 정원에 Spanish moss는 1m 정도 자라고 꽃은 피지만 진한 향기는 맡아 보지 못했다. 미국 등 원산지에는 한 해에 3m까지도 자라는 것이 있다고 하며 꽃이 만개[滿開]할 때 그 향기는 매혹적이라고 한다.
Spanish moss로 공간 차단용이나, 매트리스 재료, 베개속, 자동차시트 등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최근에는 미술품이나 공예품으로 황용하고 있다.
지구상에 수많은 생물들이 자연생태계를 이루어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 가고 있는데 Spanish moss는 별종[別種]에 속하는 것 같다. 숙주인 나무로부터 빼앗는 것도 없고 주는 것도 없이 대기의 순환과정에서 발생하는 빗물과 적당한 햇빛만 있으면 만사 OK이니, 무엇 먹고 마실까, 염려 할 것 있는가? 새들은 곡간 안에 들이지는 않아도 쉴새 없이 먹이를 찾아 바삐 움직여야 하지만 Spanish moss는 시원한 나무 그늘 속에서 언제고 올 수 밖에 없는 빗줄기만 있으면 족하니 이런 삶을 어느 누가 흉내 낼 수 있을까?
미국의 백인 여의사 말로 모건[Mario Morgan]이 호주 오지에 사는 원주민들과 함께 호주의 대 사막 여행을 하며 겪은 이야기인 “무탄트 메시지” 란 책이 있다. 저자는 이책에서 이들 원주민들이 정착하여 농사 도 짓지 않고 음식을 비축하지 않아도 자연이 다 해결해 주는 것으로 믿고 감사하며 생활하는 것을 체험을 통해 확인하고 그들이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 그들은 문명인을 돌연변이란 뜻의 “무탄트”라고 한다고 한다. 그들은 무탄트[현대인] 들이 벌 거 벗은 채 들판에 서서 비를 맞는 기분을 못 느낄 것으로 말한다고 한다. 마치 Spanish moss가 기다리던 비가 흠뻑 오면 환희의 기쁨을 드러내듯 생기 발랄한 녹색으로 변한다. 원주민들은 비가 오면 들판에서 비를 맞으며 감사한다고 한다. 자연질서의 무법자는 오로지 최고 문명인리라고 자처하는 현대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 금할 수 없다.
박광하 (전 여주 대신고 교감, 전 수원 계명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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