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신을 기다리며
시몬 베유 / 이제이북스 / 2015.3.27
『신을 기다리며』는 시몬 베유와 오랜 시간 교분을 쌓으며 우정을 나눈 페랭 신부가 베유로부터 받은 편지와 에세이들을 모아 출간한 Attente de Dieu를 번역하고 옮긴이의 주석을 추가해 엮어 낸 책이다.

○ 목차
J. -M. 페랭의 서문
편지
편지 1. 세례 받기를 주저하다(1)
편지 2. 세례 받기를 주저하다(2)
편지 3. 출발을 앞두고
고별의 편지
편지 4. 영적 자서전
편지 5. 지적 소명
편지 6. 막바지의 생각
에세이
신에 대한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학과 공부의 올바른 효용을 논함
신을 향한 사랑과 불행
신에 대한 암묵적 사랑의 형태들
주기도문에 대하여
노아의 세 아들과 지중해 문명사
부록
J. -M. 페랭에게 보낸 편지(부분)
귀스타브 티봉에게 보낸 편지(발췌)
모리스 슈만에게 보낸 편지(발췌)
옮긴이의 글

○ 저자소개 : 시몬 베유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노동운동가다.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사범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기에 공장과 농장의 임금노동자로 취업하였고, 스페인 내란에도 참전한다. 2차 세계대전 중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던 베유는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와 합류하고자 귀국을 시도하던 중 런던에서 객사하였다. 《중력과 은총》, 《억압과 자유》, 《신을 기다리며》, 《뿌리를 갖는 일》 등 주로 사후에 출판된 논문과 유고는 전후의 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1909년 2월 3일 파리, 의사인 아버지 베르나르 베유(Berhard Weil)와 가칠리엔(현재의 폴란드의 한 지역) 출신의 어머니 살로메 라인헤르츠(Salomea Reinherz) 사이에서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노동운동가 시몬 베유가 태어났다.
1919년 리세(Lycée) 페넬롱에 입학, 1924년 리세 빅토르 뒤류에 전학하여 철학자 르네 르 센느 밑에서 공부한 후, 다음해 철학자 에밀 샤르티에(Emile Chartier)의 지도를 받으며 에콜 노르말의 입학을 위한 준비반에 들어간다. 1928년에 에콜 노르말 입학시험에 합격하여 샤르티에의 격려와 지도를 통해 데카르트, 플라톤, 칸트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에 열중한다. 1930년 에콜 노르말을 졸업한 후, 다음해에 철학으로 아그레가씨옹을 땀으로써 리세의 선생 자격을 취득한다. 르 퓌(1931~1932), 오세르(1932~1933), 루안(1933~1934), 부르즈(1935~1936), 생 캉탱(1937~1938) 등 여러 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직장을 자주 바꾼 것은 시위를 하거나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많이 먹기를 거부하거나 좌익잡지에 글을 쓰는 등 학교 업무가 아닌 과외활동으로 교육위원회와 자주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시몬은 사회주의 및 노동운동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여러 번에 걸쳐 농장에서 농부들 틈에 섞여 일을 하면서 노동의 뜻을 몸소 느끼고 배운다. 1933년에는 소련에서 추방된 트로츠키를 파리에 있는 그녀의 부모 집에 머물게 하였는데, 트로츠키와는 소련과 노동자계급을 주제로 열띤 논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몬 베유는 힘겨운 공장 노동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면서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했다. 기계가 동료 노동자들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는 것을 보고 사회혁명에 대한 모든 희망을 버렸고, 늑막염에 걸려 공장의 일자리도 포기해야 했다.

1936년에는 스페인의 사라고사 근처에서 스페인 내란에 참전하기 위해 훈련하고 있는 무정부주의자 부대에 가담했다. 그러나 평화주의를 지지하는 그녀는 무기를 들 수 없어 부대의 취사병이 되었는데, 끓는 기름에 심한 화상을 입고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포르투갈로 갔다.
1942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가담하기 위해 다시 영국으로 갔다. 그러나 프랑스 레지스탕스 지도자들은 낙하산을 타고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에 침투하고자 한 그녀의 소망을 저버렸다. 결국 시몬 베유는 후방에서 레지스탕스를 지원하며 집필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1943년 8월24일, 잉글랜드의 애슈퍼드에서 시몬 베유는 결핵과 영양실조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시몬 베유는 유대인 태생이었지만, 역설로 가득 찬 그녀의 종교적 글들로 인하여 몇몇 비평가들은 그녀를 반(反)유대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녀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육제도가 지닌 억압적 성격에도 반대했고, 쇠렌 키에르케고르가 제시한 실존주의적 그리스도교를 지향했다.
사실 시몬 베유를 철학가라든가 사상가, 노동운동가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 시몬 베유라는 이름은 신화의 너울을 쓰고 울려 퍼지고 있지만, 프랑스 철학사에서 그녀의 이름은 모호하고 흐릿하다. 모호하고 흐릿하다는 것은 그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그 이름이 한 곳에 가둘 수 없을 만큼 넓고 유동적이라는 뜻이다. 시몬 베유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혁명에 대하여, 마르크시즘에 대하여, 집단적 환상에 대하여, 기계 시대에 대하여, 믿음 없는 교회와 교회 없는 믿음에 대하여 던져놓은 수많은 발언들은 하나의 이름으로 정의되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불꽃에 달려들어 자신을 불태우는 나방 같은 삶을 살았다. 그녀의 불꽃은 공장과 전장이었지만, 그 싸움의 현장에서 그녀는 단지 노동운동가가 아니라 스스로 노동자였고, 단지 반파쇼 지식인이 아니라 스스로가 반파쇼 전사였다.
– 역자: 이세진
역자 이세진은 서강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불문학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설국열차》, 《유혹의 심리학》, 《작가의 집》,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역자 서문
이 책은 파야르 (Fayard) 출판사가 1966년에 발간한 Simone Weil, Attente de Dieu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아주 오래 전, 프랑스어를 전혀 몰랐을 때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의 영문판 Waiting for God (translated by Emma Craufurd, Perennial Classics)을 발견하고 들춰 보았을 때부터 (제대로 읽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하여 번역자로서의 소회만 간단히 남긴다. 시몬 베유의 저작 두 권을 번역해서 출간하기로 이제이북스와 약속한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약속한 지 얼마 안 되어 다른 출판사에서 《신을 기다리며》 번역본이 나왔다. 그래서 이 책은 일단 덮어 두고 다른 주저 (主著) 《뿌리내림 (L’Enracinement)》을 먼저 작업했다. 전업 번역가로서 많은 책을 작업해 보았고 그중에는 이보다 더 어려운 책도 많았지만, 시몬 베유처럼 내 기를 빨아들이는 것 같은 저자는 아무도 없었다. 작업은 딱할 정도로 더뎠다. 미룰 수 있는 한 미뤘고, 외면할 수 있는 한 외면했다.
무던하고 인내심 많은 편집부가 독촉에 나선 후에야 나는 다시 이 책을 본격적으로 붙들었다. 일단 가장 최근에 나온 우리말 번역본을 전혀 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을 했고 교정 단계에서 그 번역본을 구입해 참조했다. 그 번역본도 충분히 성실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했으나 일단 구성상의 차이가 있었고, 몇 군데 달리 번역하고 싶은 부분이 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또 하나의 판본을 내놓는 데 아주 의의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구성상의 차이란, 이 책이 1966년판에 실린 글 전부, 다시 말해 J. -M. 페랭 신부의 서문과 부록 (시몬 베유의 편지 가운데 개인적 이유로 전문을 게재할 수 없는 발췌문 세 편)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반면에 다른 출판사 번역본은 1950년판 (La Colombe)을 번역 대본으로 삼았다. 그 판본에는 J. -M. 페랭 신부가 서문을 좀 더 길게 썼고 시몬 베유의 글 하나하나에 자기가 머리글을 다는 식으로 깊이 개입했다. 어쨌든 이제 독자들이 두 판본을 비교하면서 시몬 베유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서문과 부록을 제외하면, 시몬 베유의 글 자체는 두 판본이 동일하다. 이미 좋은 번역본이 나와 있었기 때문에 부족한 초고를 다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고, 나라면 이렇게 고치고 싶다 하는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완성된 책에는 내가 그 번역본을 참조해서 수정한 부분은 드러나지 않고 기존 번역을 수정한 부분만 드러날 테니, 나중에 나온 번역은 먼저 나온 번역보다 한없이 유리하다. 그러나 기존 번역본이 내게는 늘 너그러운 조력자처럼 보였고, 그래서 감사한 마음뿐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또한 역자의 더디고 미진한 작업과 앓는 소리를 감내해 준 편집부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 출판사 서평
- 진정한 보편 (catholique) 종교로서의 그리스도교를 그리다 : 불꽃처럼 살다 간 여인, 실천하는 지식인의 표본, 시몬 베유의 종교관과 세계관
“신부님께서는 제가 그리스도교인이라는 이름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시죠. … 제가 그리스도의 포로가 된 데에는 이 모든 것이 누가 봐도 그리스도교적인 것들과 똑같이 작용했다는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아니, 그 이상의 얘기도 할 수 있습니다. 가시적인 그리스도교 밖에 있는 것들을 향한 사랑이 저를 교회 밖에 붙잡아 놓습니다.”
- 신비체험을 하고 난 후에도 세례 받기를 망설이며 교회 밖에서의 깨어 있는 기다림에서 자신의 소명을 감지했던 시몬 베유의 가장 내밀한 고백
집단으로서의 교회의 타락을 목도하며 진정한 ‘보편’ 종교의 모습을 고민하는 이 시대에 시몬 베유를 다시 한 번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책은 시몬 베유와 오랜 시간 교분을 쌓으며 우정을 나눈 페랭 신부가 베유로부터 받은 편지와 에세이들을 모아 출간한 Attente de Dieu를 번역하고 옮긴이의 주석을 추가해 엮어 냈다.
고등사범학교를 마치고 교사로서 평생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첫 부임지에서 노동자와 농민의 비참한 삶을 목격하고는 그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진정 하나가 되려 선택했던 고단한 노동자의 삶,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자 주저 없이 전선으로 떠난 투사로서의 삶, 망명지 미국에서 주말마다 할렘의 침례교회에 나가며 젊은 흑인 여성들과 쌓은 교분, 런던 임시정부에서 일하면서도 직접 프랑스에 잡입해 레지스탕스에 합류해 나치에 맞서 싸우기를 간절히 원하다가 끝내는 세상을 떠나기까지, 지식인의 표본이자 불꽃처럼 살다 간 여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일생이었다.
그녀의 불꽃 같은 삶의 원천은 바로 어려움을 겪는 이에 대한 사랑이었고 그리스도의 사랑이었다. 평생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면서도, 신비체험을 하고서도, 세례를 받지 않았다. 이는 교회 바깥에 수없이 많은 어려운 이들이 있는데 이들을 두고 홀로 교회에 들어가 정신적 안락을 구할 수 없다는 그녀의 또 다른 사랑의 실천 방법이었다.
페랭 신부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베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섯 통의 편지 뒤에 엮은 에세이를 통해서 우리는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지금 그리스도교를 포함해 모든 종교들이 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을 볼 수 있다. 베유가 살던 때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그녀가 했던 고민과 그녀가 처했던 환경은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기에 이 책에서 던지는 물음과 모색은 현재 진행형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