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연암 박지원 소설집 : 이 선비놈아! 구린내가 역하구나!
박지원 / 새물결플러스 / 2016.7
18세기는 조선 사회가 격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던 시기다. 지식인 사회에서는 유교 경전 중심의 사유체계에 도전하고 주체적이며 자주적으로 사회의 문제를 재해석하려는 일련의 움직임들이 태동했는데 바로 그 중심에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이 있었다.
다산 정약용이 혼란과 도탄에 빠진 조선 사회를 유교적 이상과 질서에 따라 재구성하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사구시적인 논리를 펼쳤다면 연암 박지원은 조선 사회의 음습한 부분들을 해학과 풍자, 조롱과 꾸짖음 등의 양식을 통해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글을 다수 남겼다. 그는 해학과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조선 사회의 허구성과 위선을 까발리고 고발하였다. 동시에 참된 사회, 참된 인간존재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그리하여 그의 글은 단순히 기성사회를 붕괴시키고 해체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이 성과 신분에 종속되지 않고 참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상적 사회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도록 재촉한다.
이 책에 실린 12편의 소설은 연암의 인품과 문제의식을 잘 드러낼 뿐 아니라, 조선 후기의 문학적 양식을 긴밀히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사료로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 더욱이 간호윤 박사의 밀도 높은 주해와 감칠맛 나는 언어 선택은 연암의 소설의 가치를 현대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 목차

개정판을 내며
여는 글
마장전 인간들의 아첨하는 태도를 논란하니 참사내를 보는 것 같다 예덕선생전 엄 행수가 똥을 쳐서 밥을 먹으니 그의 발은 더럽다지만 입은 깨끗한 게야
민옹전 종로를 메운 게 모조리 황충(蝗蟲)일세! 양반전 쯧쯧! 양반, 양반은커녕 일 전(錢) 어치도 안 되는구려
김신선전 홍기(弘基)는 큰 은자인지라 유희 속에 몸을 숨겼구나 광문자전 얼굴이 추해 스스로 보아도 용납할 수가 없다
우상전 비천한 우상에게서 잃어버린 예를 구한다 역학대도전 학문을 팔아먹는 큰 도둑놈 이야기다
봉산학자전 참으로 잘 배웠다 호질 이 선비놈아! 구린내가 역하구나!
허생 문장이 몹시 비분강개하다 열녀함양박씨전 병서 남녀의 정욕은 똑같다
제“연암소설 12편”후
개를 키우지 마라
닫는 글
– 저자소개 : 박지원 (朴趾源, 호: 연암)

조선 후기의 문호이자 실학자로, 자는 중미仲美, 호는 연암燕巖이다. 그밖에 공작관·무릉도인武陵道人·박유관주인薄遊館主人·성해星海·좌소산인左蘇山人 등의 호를 사용하였다. 『열하일기』를 저술하여 당시 중국의 정세를 살피고, 그 선진 문명을 소개하는 한편, 조선에 대한 심도 있는 내부 비판을 시도하였다. 1786년 음직으로 처음 선공감 감역이라는 벼슬을 지냈으며, 이후 여러 말단 벼슬을 거쳐 1792년 안의 현감에 임명되었고, 1797년 면천 군수가 되었다. 1800년 양양 부사에 승진, 이듬해 벼슬에서 물러났다. 홍대용과 함께 조선의 주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 위에서 이용후생의 실학을 모색했으며, 창조적이고 성찰적인 글쓰기를 통해 당시 조선의 사대부들이 갖고 있던 미망과 편견, 허위의식과 위선을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새로운 사유와 미의식의 지평을 몸소 열어 나갔다. 문집으로 『연암집』이 전한다.
박지원은 18세기 지성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자, 문체반정의 핵심에 자리하게 된 『열하일기』를 통해 불후의 문장가로 조선의 역사에 남은 인물이다. 박지원은 노론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과거를 통한 입신양명이라는 코스에서 벗어나 이덕무, 홍대용, 이서구, 백동수 등과 어울려 수학하였다. 1780년에 삼종형 박명원의 자제군관 자격으로 청나라에 다녀와서 『열하일기』라는 저서를 남겼다. 그는 69세에 “깨끗이 목욕시켜 달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운명을 달리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