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전쟁과 여성 :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 속의 여성, 기억, 재현
김현아 / 여름언덕 / 2004.12.15
책에서는 베트남과 한국에서 전쟁을 겪은 여성들의 다른 기억을 다큐멘타리처럼 살려내고 있으며, 책 후반부에는 역사와 문화 속에서 전쟁 속의 여성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또한 여성과 평화의 문제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드러나 있다.
○ 목차

프롤로그
전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자들
1장 공식적 기억과 비공식적 기억
공식적 기억과 비공식적 기억 ㅣ 진실을 기억할 국가의 의무 ㅣ 보도연맹사건으로 남편을, 미군의 학살로 자식을 ㅣ 기억의 차이와 국가보안법 ㅣ 기억의 차별과 가부장제 ㅣ 전시 강간,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전략 ㅣ 베트남전쟁과 한국군 ㅣ 세 사람이 들려준 한 여자 이야기 ㅣ 강간전 ㅣ 그녀의 지도, 김순악 이야기 ㅣ 이태원에서 강간캠프까지 ㅣ 남성이 부재한 공간에서 생계담당자로서의 여성 ㅣ 욕망과 관습 사이 ㅣ 베트남, 여자가 안 보인다 ㅣ 열대의 나라에 내리는 눈 ㅣ 목격자, 그러나 공식적 증언자가 되지 못하는 여성 ㅣ 기억의 재구성, 욕망에서 서사로 ㅣ 거실과 부엌의 경계에 선 베트남 여성들에게 말 걸기 ㅣ 영혼의 외상, 전쟁 중 아동의 트라우마 ㅣ 생의 회귀점, 어머니의 몸, 어머니의 말
2장 잊혀진 여전사
한국, 잊혀진 여전사 ㅣ 마지막 빨치산은 여자 ㅣ 행위하는 주체자 ㅣ <잊혀진 여전사>와 <송환> ㅣ 여성주의 역사쓰기, 엄마와 함께 기억하기 ㅣ 베트남, 잊혀지지 않은 여전사 ㅣ 여성의 이름을 부르는 거리 ㅣ 그녀의 아름다운 생애
3장 전쟁, 여성, 기억, 재현
역사와 문화 속에서 재현되는 전쟁 속의 여성 ㅣ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ㅣ 낙화암과 삼천궁녀 ㅣ 환향녀 이야기 ㅣ 전쟁영화 속의 여성들
4장 여성의 전쟁과 평화
평화는 동사다 ㅣ 전쟁과 평화, 여성
에필로그
공식과 비공식 그 경계의 이야기들
발문
주석
참고문헌
○ 저자소개 : 김현아
글을 쓴다. 청소년들과 글쓰기 프로젝트를 함께 한다. 재미난 기획을 만들어 마음 맞는 이들과 공동 작업하는 것도 좋아한다. 이십여 년 넘게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숱한 풍경과 사람들과 이야기를 만났고, 그 고갱이를 다양한 글 속에 담아내고 있다. 시민 단체 ‘열린 네트워크 나와우리’를 설립해 사회 소수자의 인권 문제 및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문제를 풀기 위한 활동을 했다. 지금은 청소년 여행학교 ‘로드 스꼴라’ 대표 교사로, 길 위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며 세상의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중앙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고, 1993년 전태일 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박영숙을 만나다』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보도연맹은 무엇인지, 그 날 미군들은 재실에 왜 그렇게 총을 쏘았는지, 도대체 왜 내 아이를 향해 그렇게 총을 쏘아댔는지. 속에서 늘 검은 연기가 나고 가슴은 새까맣게 탔지만 그녀는 입을 닫고 살아남는 일을 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다독이고 보살피고 죽은 사람들을 위해 제사를 지냈지만 그때 겪은 그 일은 여전히 그녀에게 해명이 되지 않는 삶의 의문으로 남아있다.
누구도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게 그날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위령제를 지내고 방송국에서 와서 그 날 일어났던 일에 대해 물어가긴 했지만 그들은 질문만 해갈 뿐, 그녀를 위해 그날의 일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그녀의 기억은 여전히 파편적이고 주변화되어 있다. 공적인 언어를 이해하기에 그녀는 너무 오래 배제되고 소외되어 살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이 일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 본문 47쪽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과 그 이후의 치유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여성과 남성은 단순한 사회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성이 다름으로 인해 서로 다른 역할을 맡게 되고 서로 다른 사회적 위치를 가지게 된다. 여성이냐 남성이냐 하는 성별 정체성은 개인의 사회적 삶과 내적 자아를 구성하는 핵심이 되기 때문에 우리 사회와 문화를 다르게 경험하게 만드는 중요한 축이다. 성별에 따른 이러한 차이는 여성과 남성이 전쟁이라는 동일한 현실을 다르게 경험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전쟁 이후에도 여성과 남성은 다른 방식으로 생존하였고 다른 형태의 삶을 구성해갔다. 그러므로 여성과 남성은 전쟁이라는 동일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목격자들이지만 전쟁에 대한 기억의 내용이나 증언에 있어 성별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밖에 없다. — 본문 중에서
여성의 경험을 역사화하는 것은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는 일이다. 의도적으로 혹은 관습적으로, 어떤 것들은 지속적으로 시선의 바깥으로 배치되고 그것은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보이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보이지 않는가 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존재하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침묵되어온 경험들, 역사에서 숨겨져 왔던 경험들에 대해 쓰고 그것들을 역사로 만드는 과정이 여성주의 역사쓰기이다. 질문하고 거슬러 읽고 재해석하고 고쳐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은폐되고 보이지 않고 숨겨져 있던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기억과 기억이 만나 논쟁하고 토론하고 싸우는 과정에서만 과거는 그 진실을 드러낼 것이다.”라는 말이 단적으로 드러내듯, 기억은 계급과 성별,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그리고 다른 현실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기억은 정치적이고 대부분의 경우 공식적인 영역, 남성의 영역, 국가의 영역에 의해 주도적으로 구성된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의 경우에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두 전쟁에 대한 기억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여성들은 전쟁에서 목격하거나 겪었던 것을 입밖으로 꺼내어 말할 수 없었다. 언론은 국제정치적 역학관계, 전쟁을 수행하는 남성들, 거기서 죽어간 군인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을뿐 그녀들에 대해 묻지 않았고, 그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 책은 이처럼 가두어진 말들, 특히 베트남과 한국에서 전쟁을 겪은 여성들의 기억을 밖으로 꺼내어 기록하고자한 시도의 결과물이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만났던 여성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공적 기억에서 소흘하게 취급되거나 은폐되어온 또 다른 한축의 역사를 풀어 썼다.
전쟁은 여성을 어떻게 동원했는지, 전쟁에서 여성은 무엇을 겪고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전쟁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공적인 매체는 여성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터뷰가 책의 중심을 이루고 있고, 사회과학적 이론이나 개념을 대입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쓴 글이라 어려움없이 읽을 수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