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카르페 디엠
호라티우스 / 민음사 / 2016.5.19
- 호라티우스 (Quintus Horatius Flaccus, BC 65년 ~ BC 8년)
고대 로마의 서정시인이자 풍자시인. 베네치아 사람으로 최초 로마에서 교육을 받고, 18세에 아테네의 아카데메이아에 들어가 주로 그리스어를 연구하였다. 기원전 44년 브루투스 (M.J. Brutus)를 따라 종군하였다가 패하여 귀국 한 후로 부친의 재산이 몰수되어 생활의 궁핍으로 시작 (詩作)에 착수하였다. 풍자시ㆍ서정시로 명성을 얻어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총애를 받았으며, 기교가 탁월하고 도회인적인 유머와 인간미에 가득찼다.
로마 서정시의 완성자로 ‘서정시집 Odae’ 4권은 그의 서정시의 최고를 이룬다.

- 호라티우스 라틴어 서정시 최초 완역
단테의 ‘신곡’에서 밀턴의 ‘실락원’까지, 철학자 몽테뉴에서 시인 워즈워스까지, 서양 문학의 거장들이 숭배하는 시인
현명한 생각을, 술을 내려라.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잘라내라. 말하는 새에도 우리를 시새운
세월은 흘러갔다. 내일은 믿지?마라. 오늘을 즐겨라.
○ 목차
1 카르페 디엠
프롤로그
1권 오늘을 즐겨라 carpe diem
2권 가난으로 행복하나니 parvo bene
작가에 대하여
○ 저자소개 : 퀸투스 호라티우스 플라쿠스 (Quintus Horatius Flaccus, BC 65 ~ BC 8년)
로마를 대표하는 서정시인. 기원전 44년 아테네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을 당시 카이사르가 암살되자, 공화제를 옹호하는 브루투스의 편에서 내전에 참여했다. 후에 아우구스투스의 사면을 받아 로마로 돌아오지만 재산은 몰수당한다.

그러나 베르길리우스의 소개로 아우구스투스의 측근 마에케나스의 후원을 받게 되는데, 이들 관계는 권력자와 시인으로 만났지만 깊은 우정으로 유명하다.
[풍자시] 두 권, [비방시], [서정시] 네 권, 그리고 [서간시] 두 권 등이 있으며, 특히 [시학]은 작시법의 주요 정전 가운데 하나이다.
호라티우스의 영향은 거의 모든 시대 작가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지대하다. 동시대를 살았던 오비디우스뿐만 아니라 후대의 풍자가 유베날리스, 철학자 보에티우스까지 그 흔적이 나타난다.
호라티우스 서정시는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 시대의 페트라르카에 이르는 동안 계속해서 큰 인기를 누렸으며, 몽테뉴, 밀턴, 워즈워스 역시 호라티우스를 재해석했다. 호라티우스는 서구 문학의 끊임없는 탐구, 모방과 도전의 대상이었다.
– 역자 : 김남우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서양고전학협동과정에서 희랍 서정시를 공부했다. 독일 마인츠대학교에서 로마 서정시를 공부했고,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서울대학교 등에서 희랍, 로마 문학을 가르친다.?키케로의 『설득의 정치』, 『투스쿨룸 대화』, 에라스무스의 『격언집』, 『우신예찬』,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니체의 『비극의 탄생』,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등을 번역했다.
○ 책 속으로
카르페 디엠 _ 호라티우스 (Horatius)
이 세상이 끝나는 날 신이 우리를 위해
과연 무엇을 준비해 두었는지 물으려 하지 말아라.
우리는 것을 알 수 없기에.
그리고 바빌로니아 점술가들처럼
그때가 언제인지를 계산하려 하지 말아라.
무엇이든, 어떠한 상황이 우리에게 닥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여라.
설사 그것이 天空의 신 주피터 (Jupiter)가 우리에게 또 한 번 시련의 겨울을 선사하는 것이든,
혹은 투스칸해 (Tuscan Sea) 절벽의 장벽이 무너져 버리고
그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되든지 간에.
그대가 현명하다면, 포도주는 오늘 체로 걸러라.
짧기만 한 이 인생에서 먼 희망은 접어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우리를 시샘하며 멀리 흘러가 버리니.
오, 카르페 디엠!
내일이면 늦으리니. _ 호라티우스 송가 1권 11행 (Odes I, 11)
○ 출판사 서평
- 1972년 시작한 역사적인 ‘세계시인선’, 43년간 가장 긴 생명력을 이어온 시리즈, 민음사 창립 50주년 기념 리뉴얼 15권 발간
1 호라티우스, 『카르페 디엠』 – 로마 라틴어 서정시 국내 최초 완역!
2 호라티우스, 『소박함의 지혜』 – 서양 문학의 거장 시인들이 숭배하는 시성 국내 초역!
3 『욥의 노래』 – 히브리 시문학의 정수! 시인 블레이크 그림과 함께 감상하는 비극의 세계
4 프랑수아 비용, 『유언의 노래』 – 중세 암흑기 대표 작가, 그러나 지극히 현대적인 시인 비용 국내 최초 소개!
5 김수영, 『꽃잎』 – 참여시인을 넘어 한국 모더니스트로서의 문학적 가치 재발견!
6 에드거 앨런 포, 『애너벨 리』 – 김경주 시인의 새로운 번역! 도레의 그림과 함께 감상하는 고딕 낭만의 세계
7 보들레르, 『악의 꽃』 – 우리 문학계 스타 어른 황현산 문학평론가의 참신한 번역!
8 랭보, 『지옥에서 보낸 한철』 – 한국 불문학의 전설 고 김현 선생의 살아 있는 번역!
9 말라르메, 『목신의 오후』 – 한국 불문학의 거장 김화영 교수의 믿을 수 있는 번역!
10 윤동주, 『별 헤는 밤』- 한국 문학의 가장 순수한 영혼의 고뇌! 윤동주 자필 원고 수록
11 에밀리 디킨슨,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고독과 슬픔의 시인, 간결한 문체와 모던한 감수성의 결합!
12 부코스키,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현대 시인 부코스키 시집 국내 초역!
13 브레히트,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 – 시인이자 니체주의자로서의 브레히트 정수가 담긴 『가정기도서』 국내 초역 다수
14 헤밍웨이, 『거물들의 춤』 – 특유의 생략적 글쓰기를 잘 보여 주는 헤밍웨이 시집 국내 초역!
15 백석, 『사슴』 – 백석 평전을 쓴 안도현 시인이 백석의 정수만을 뽑아 전하는 선집

- 한국 시문학의 바탕을 마련한 세계시인선
1970-1980년대에는 시인들뿐만 아니라 한국 독자들도 모더니즘의 세례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다. 때로는 부러움으로, 때로는 경쟁의 대상으로, 때로는 경이에 차서, 우리 독자는 낯선 번 역어에도 불구하고 새로움과 언어 실험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러한 시문학 르네상스에 박차를 가한 것이 바로 세계시인선이다.
민음사는 1966년 창립 이후 한국문학의 힘과 세련된 인문학, 그리고 고전 소설의 깊이를 선보 이며 종합출판사로 성장했다. 특히 민음사가 한국 문단에 기여하며 문학 출판사로 발돋움하 는 계기가 바로 ‘세계시인선’과 ‘오늘의시인총서’였다. 1973년 12월 이백과 두보의 작품을 실 은 『당시선』(고은),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김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검은 고양이』(김주 연), 로버트 프로스트의 『불과 얼음』(정현종) 네 권으로 시작한 세계시인선은 박맹호 회장이 고 김현 선생에게 건넨 제안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보는 외국 시인의 시집이라는 게 대부분 일본판을 중역한 것들이라서 제대로 번역이 된 건지 신뢰가 안 가네. 현이(김현)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프랑스나 독일에 다녀온 이들 아닌가. 원본을 함께 실어 놓고 한글 번역을 옆에 나란히 배치하면 신뢰가 높아지지 않을까. 제대로 번역한 시집을 내 볼 생각이 없는가?”
대부분 번역이 일본어 중역이던 시절, 원문과 함께 제대로 된 원전 번역을 시작함으로써 세계 시인선은 우리나라 번역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되었다. 당시 독자와 언론에서는 이런 찬사가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요, 또 책임 있는 출판사의 책임 있는 일이라 이제는 안심하고 세계시인선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세계시인선은 출판 역사상 가장 오랜 수명을 이어 온 문학 총서의 하나이자 시문학계와 민음사를 대표하는 시리 즈가 되었다.
- 지금의 한국 시인들에게 영혼의 양식을 제공한 세계시인선
“탄광촌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할 때 세계시인선을 읽으면서 상상력을 키웠다.” – 최승호 시인 “세계시인선을 읽으며 어른이 됐고, 시인이 됐다.” – 허연 시인
“나에게 세계시인선은 시가 지닌 고유한 넋을 폭넓고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 – 김경주 시인
세계시인선은 문청들이 “상상력의 벽에 막힐 때마다 세계적 수준의 현대성”을 맛볼 수 있게 해 준 영혼의 양식이었다. 특히 지금 한국의 중견 시인들에게 세계시인선 탐독은 예술가로서 성장 하는 밑바탕이었다. 문화는 외부의 접촉을 독창적으로 수용할 때 더욱 발전한다. 그렇게 우리 독자들은 우리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시성들과 조우했고, 그 속에서 건강하고 독창적인 우리 시인들이 자라났다.
하지만 한국 독서 시장이 그렇게 시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시문학 전통이 깊은 한국 인의 DNA에 잠재된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토대에서 자라난 시문학은 또 한 번의 르네 상스를 맞이했다. 국내 출판 역사에서 시집이 몇 권씩 한꺼번에 종합베스트셀러 랭킹에 자리 를 차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세상을 향해 보다 더 인상적인 메시지를 던져야만 하는 현대인에게 생략과 압축의 미로 강렬한 이미지를 발산하면서도 감동 과 깊이까지 품은 시는 점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씨앗을 심어 왔던 세계시인선이 지금까지의 독자 호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리뉴얼을 시작했다.
- 한국내 초역 5권, 문학성 재조명 3권, 세계시인선 신참 리스트 9권, 국내시 3권
새롭게 단장하는 세계시인선은 번역에 있어서 1)전문가들과 함께했던 기존의 전통(김남우, 김 준현 교수 등 분야 권위자)을 지키고, 2)믿을 수 있는 번역(황현산, 김화영 문학평론가 등)을 유지하면서, 3) 오늘의 젊 은 감성(김경주 시인 등)을 동시에 지향했다. 한편 기획에서는 4) 정전에 충실하면서(호라티우스 등), 5)고전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성을 반영하였고(부코스키 등), 동시에 6) 참신한 기획을 위해 문학성을 재조명(‘욥의 노래’, ‘꽃잎’ 등)하는 작업에도 힘을 기울였다. 또한 7) 형식에서는 세계시 인선만의 원문 병기를 유지했지만, 8) 디자인에서는 감각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
새로운 기획 중에서 특히 ‘욥의 노래’의 경우 국내에서 문학 텍스트로서는 처음 시도되는데, 서양에서는 매우 높이 평가받고 있는 비극 정전이다. ‘욥의 노래’의 구조는 전통적인 법정 공 방의 형식과 닮아 있고, 주제는 “인간은 왜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라는 고전적인 키워드를 다 루고 있으면서, 운문이라는 시문학 형식 속에 숭고미를 담았다. 자신이 초래하지도 않은 비극 적인 결과 앞에서,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앞에서 우리는 절망 속에 허우적거리며 합리적인 이유 를 찾아보기도 하고, 하늘을 향해 소리쳐 원망해 보기도 한다. 처음엔 동정을 보내는 친구와 가족이 공감해 주는 것 같지만, 훈계랍시고 하는 이들의 조언은 점차 알량한 비난으로 변질된 다. 그 누구도 나의 고통을 위로해 줄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모두 혼자다. ‘욥의 노래’는 철저한 외로움을 통과하며 비극에서 의미를 찾고 존재론적인 위기를 극복해 나 가는 한 인간의 분투를 보여 주는 히브리 시문학의 정수다. 또한 서양문학 전통에서 ‘이유 없 는 고통’이라는 매력적인 모티프를 제공한 위대한서사시다.
찰스 부코스키의 경우 한국에서 인기 있는 소설가이지만, 미국에서는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 는 현대 시인 가운데 하나다. 문학사에서 소설가보다 시인으로서 더 평가를 받을 작가이기 때 문에, 대표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를 국내 처음 소개함으로써 우리 독자에게도 그 위상을 알리고자 한다. 또한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 역시 국내 주로 마르크스주의 극작가로만 알려진 브레히트가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이기 이전에 쓴 ‘가정기도서’ (대부분 국내 초역)를 소개함으로써 상당한 분량의 시를 남겼던 브레히트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소개한다.
한편 김수영 시인은 국내 참여시인으로서 언급되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순수한 문학성 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 그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김수영이 시작 활동 초기부터 가장 많이 사용해 온 꽃의 이미지와 꽃에 대한 단어 (112회)를 중심으로 매우 새로운 시선집을 선보였다. 또한 ‘사슴’에는 백석이 북한에서 발표한 시들을 포함시켰다.
1973년 기획 당시 계획했던 100권 달성이 목표이며, 2017년까지 50권 출간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계속 정전과 참신한 타이틀을 동시 기획하여 전통과 현대의 긴장 속에서 역사적인 시리즈 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 호라티우스의 시 ‘카르페 디엠’ 번역
알려 들지 말게, (알아서는 안 된다네)
나와 그대에게 신들이 어떠한 종말을 내려 두었는지를,
레우코노에여,
바빌로니아의 숫자 점마저도 치려고 들지 말게
그것이 무엇이든 견디는 게 얼마나 나은가,
유피테르 신이 내린 수많은 겨울을 보내든,
혹은 그가 내린 최후의 때가 티레니아 해를
그 바다에 마주한 속돌로써 부스러뜨리든 간에 말일세.
현명해지게, 술을 걸러 따르게,
그리고 이 짧은 시간 동안 머나먼 희망은 잘라내 버리게.
우리가 떠드는 동안,
질투 많은 시간은 흘러가 버렸겠지.
이 날을 잡아채게,
다음에 올 날은 가능한 한 믿지 말고
“카르페 디엠”
너와 나, 우리가 몇 살까지 살 것인지,
이것은 신들의 영역이니
함부로 궁해하지 말아라
바빌로니아 점쟁이들의 점수판은
아예 쳐다보지 말아라
미래도, 과거처럼
어깨 위에 지고 가는 것이 차라리 좋다
주피터가 우리에게
많은 겨울을 보도록 허용할지,
아니면 티렌해의 파도가
해변의 바위를 때리며 힘을 낭비하는
이번 추위가 우리의 마지막 겨울이 될지
알려하지 말아라.
그냥 와인을 줄이고,
현명하게 살아라
인생은 짧은데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
우리가 이야기하는 바로 이 순간에도
질투 만은 시간은 세어 나가고 있으니,
오늘을 꽉 움켜 잡고
(carpe diem, 카르페 디엠),
내일은 아주 조금만 믿어라.
○ 독자의 평 1

“카르페 디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가장 빛나야 할 청춘들이 지금을 누리지 못한 채 억눌리고 시들시들한 모습을 보며 키팅 선생이 들려주던 말.
실제 그 카르페 디엠을 노래한 이가 바로 호라티우스다.
지금을 살라는 로마 서정시의 대가이자 쾌락주의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자였던 그.
“카르페 디엠”을 펼쳐보니 로마의 신들과 그 흥망성쇠가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 같기도 하고,
계속되는 전쟁이 낳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전전긍긍하는 로마 시민들에게 짧은 삶을 사는 동안 많은 것을 추구하는 지저분한 걱정과 욕심을 버리고 현재에 만족하고 현재를 살라고 카르페 디엠을 노래하던 호라티우스가 있다.
과거를 살던 시인인 그 호라티우스가 노래하는 시 속에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계속 마음을 두드리는 뭔가가 있다.
I 11 묻지 마라, 아는 것이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잘라내라.
말하는 새에도 우리를 시새운 세월은 흘러갔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II 10 이런 삶이 옳겠다
어려울 때 희망을, 좋을 때 두려움을 가지며, 뒤바뀌는 운명에 잘 대비하는 마음을.
흉측한 겨울을 펼쳐 보이던 유피테르는 곧 다시 이를 거두어들인다.
지금 어렵다고 앞으로도 어려우리란 법은 없다.
키타라로 한때 침묵하던 무사여신을 아폴로는 재촉하니, 늘 활만 잡는 것도 아니다.
옹색한 형편이라도 용기를 갖고 굳건한 마음으로 버텨내며, 한결같이 지혜롭게, 너무나 달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는 부풀어 오른 돛을 내려라.
II 11 거친 칸타브리아와
많은 게 필요치 않은 세월을 사는 데 웬 소란인가?
곧 청춘의 아리따움은 멀리 달아나고, 노년의 백발 앞에 가뿐한 단잠과 즐거운 사랑도 창백히 시들어버린다.
봄꽃의 영광이 영원할 수는 없고 붉은 달도 한결같이 얼굴을 밝힐 순 없다.
끝없는 분주함을 감당 못할 영혼을 어찌 지치게 하는가?
여기 큰 플라타누스와 소나무 아래 한가히 몸을 누이고, 장미꽃 향수로 하얗게 내린 머리카락을 꾸미고, 남은 시간이나마 감송 향유로 씻고, 마시지 않겠는가?
박쿠스는 좀먹는 근심을 물리친다.
II 16 신들께 평온을
현재에 만족하는 영혼은 멀리 나중의 근심을 멀리하길.
태평한 웃음으로 쓰라림을 다스리길.
과연 모든 일에서 행복할 수는 없나니,
명예로운 아킬레스는 일찍 요절하였고 티토노스는 늙어가며 한없이 늙어갔다.
너에겐 안된다 했던 시간이 어쩌면 나에겐 허락될는지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분명 전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누리건만 여전히 소유하지 못하는 시간과 정복하지 못한 욕심과 걱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어쩌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바로 지금 뿐이기에 살았던 과거도, 아직 살지 못한 미래도 아닌 바로 현재의 지금만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호라티우스의 노래가 여전히 유효한 것이겠지. 호라티우스와 함께 “카르페 디엠”을 외치며 건배하고 싶어지는 지금 이 순간. 함께 건배할 것을 권해본다.
○ 독자의 평 2
오래전부터 사람은 글을 썼습니다. 언제부턴지 정확하게 모릅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그림을 그렸군요. 문자도 사람이 발명한 거네요. 여기저기 옮겨 다니고 살 때는 기록을 해야겠다 생각하지 않았겠지요(그때 그림을 그린 걸까요). 한곳에 머물고 농사를 짓고 살게 된 것을 농업혁명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책 많이 못 보았는데 조금 본 게 도움이 되는군요. 잘 알지 못해도 새로 아는 건 기억해두면 나중에 아는 척할 수 있겠습니다. 요새 소설만 죽 만났는데, 다른 쪽 책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잠시 다른 말로 샜습니다. 전 기원전 사람이 쓴 글은 거의 못 봤습니다. 그때 글이 지금까지 제대로 남았는지 그것도 모르겠네요. 다는 아니더라도 남아서 지금 사람이 볼 수 있는 거겠지요. 고대 그리스 철학자가 생각나는군요. 이런저런 전쟁 때문에 책이 타버린 일도 떠오르는군요. 타버린 것도 있지만 일부러 태운 것도 많겠지요. 살아남은 건 운이 좋아서였을까요, 우리가 알 수 없는 힘이 움직인 걸까요. 이것도 조금 쓸데없는 말이네요.
이 책 제목 많이 들어본 말이지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한 말입니다. 영화도 보고 책도 보았는데 자세한 건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말 ‘카르페 디엠(오늘을 즐겨라)’은 잊지 않았어요. 이 말했을 때 호라티우스 이야기도 했는지. 키팅 선생님은 시 이야기도 하잖아요. 그 말을 듣고 몇몇 아이가 밤에 모여 시를 읽지요. 그때 읽은 것도 오래전 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저 영화 나온 지 오래됐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학교 비슷하지요. 제가 학교 다닐 때랑 지금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보면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더군요. 예전보다 지금 더 안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심하게 괴롭히는 아이도 있잖아요. ‘오늘을 즐겨라’ 하는 말은 학생한테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군요. 지금을 사는 사람 모두한테 해야 하지요. 많은 사람이 나중에 잘살려고 지금을 힘들게 살기도 하잖아요. 그렇다고 흥청망청 살라는 말은 아니예요. 알지요.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고 힘껏 살라는 거겠지요. 오늘은 오늘밖에 없습니다. 이거 알아도 늘 잘 지내기는 어렵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는 시간이 잠깐이라도 있다면 괜찮겠지요.
힘겨운 일에도 평상심을 굳게
지키고, 감당치못할 즐거움은
좋다만 하지 말고 마음을 다스려
절제하라. 필멸의 델리우스! _ Ⅱ3 ‘힘겨운 일에도 평삼심을’에서, 87쪽
포스투무스, 포스투무스, 달아나듯
세월은 흘러 지나가고, 신께 빌어도
닥쳐 올 주름과 노년, 막을 수 없는
죽음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_ Ⅱ14 ‘포스투무스, 포스투무스’에서, 110쪽
옛날 사람이 먹고 살려고 한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호라티우스는 가난해서 시를 썼다고 하네요. 시가 돈이 되었다는 말일까요. 옮긴이는 가난을 돈이 없는 것만 뜻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마음(정신)을 나타내는 걸지도. 이런 시는 서정시일까요. 호라티우스는 시에는 역사와 신화에 나오는 사람이 나옵니다. 제가 그걸 잘 알면 좋겠지만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런 시는 더 상상해서 읽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런 것만 잇는 건 아니예요. 호라티우스 자신의 이야기나 친구 이야기도 조금 있습니다. 언젠가 사람은 죽는다는 말도 합니다. 그때는 사람이 더 빨리 죽었군요. 오래 산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닐 테지만. ‘오늘을 즐겨라’ 하는 말은 그래서 나온 거겠네요. 호라티우스는 검소하게 사는 걸 좋아한 것 같습니다. 가진 게 없다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시 쓰는 일을 해서 괜찮았겠지요.
지금 세상은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갑니다. 그런 세상을 따라잡기 힘드네요. 아니 꼭 따라잡지 않아도 괜찮군요. 한가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훨씬 좋을 듯합니다. 알아도 그렇게 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면 잠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하는 것도 좋고, 잠시 멈춰서서 스쳐지나는 사람을 보거나 나무 위에 잠시 앉았다 가는 바람을 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파란하늘을 떠다니는 흰구름을 보는 것도 좋겠지요. 시를 만나는 게 그런 것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 독자의 평 3
생의 마지막이 언제일지 바빌론의 점성술에 묻지 말라.
………………..
현명한 생각을 하라. 술을 내려라.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잘라내라.
말하는 사이에도 우리를 시샘한 세월은 흘러갔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새로 부임한 키딩 선생은 규율과 전통, 주입식 교육에 짓눌려 있던 명문 기숙학교 학생들에게 외친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오늘을 잡아라… 오늘을 살아라.
‘카르페 디엠’이란 소리가 들리지 않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시간이 있을 때 장미 꽃봉오리를 즐겨라.”
‘카르페 디엠’은 라틴어인데 우리말로는 ‘오늘(현재)을 즐겨라’쯤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영어로는 ‘Seize the day’다. 이 말을 최초로 유행시킨 장본인은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다. 호라티우스의 시집이 리뉴얼된 민음사 ‘세계시인선 시리즈’로 출간됐다. 반갑다.
어쨌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우리에게도 ‘카르페 디엠’은 즐겨쓰는 말로 자리 잡았다. 영화가 만들어진 지 26년이 지났건만 지금도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과의례처럼 보는 청소년들이 끊이지 않어서일까. 여기저기서 카르페 디엠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블로그나 트윗, 혹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문패글로 가장 흔히 쓰는 말 중 하나가 ‘카르페 디엠’이라고 한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얼마나 오늘을 즐기면서 살지 못하면 ‘문패글’을 카르페 디엠이라고 써놓았겠는다. 오늘을 즐기는 일,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다.
호라티우스가 살았던 로마시대에도 미래는 늘 두려운 대상이었을 것이다. 아마 사람들은 앞다투어 점성술사를 찾아갔을 것이다. 그들이 점성술사를 찾아간 이유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별고 없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 지, 오래 살려면 뭘 조심해야 하는지. 자식들은 잘될 것인지. 뭐 이런 것들을 물었을 것이다. 현세를 중시하는 쾌락주의적 입장에 섰던 에피쿠로스 학파에 속한 호라티우스는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대중들을 지켜보며 ‘카르페 디엠’을 외치는 연작시의 한 부분을 썼을 것이다.
이해가 간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부식시키는 건 인간들의 오랜 작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비슷한 답변이 돌아온다고 한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낭비했던 것.”
그렇다. 죽음 앞에서도 사람들은 대부분 바로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던 걸 후회한다고 한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기자.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