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드니 방문한 영화감독, 교수, 작가 김미림 영화감독
지난해에 이어 2026년 신년에도 김미림 영화감독이 시드니를 방문했다. 김미림 감독은 영화영상제작업체 ‘아가미림’의 대표로, 영화 ‘어떤관계’ ‘죽음으로의 초대’ 외 다수를 연출했으며,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대학 겸임교수로 있으며 최근 저서로 ‘AI와 영화 문화’ (커뮤니케이션북스, 2025년 6월)를 출간했다. 이에 김미림 감독의 삶과 영화 이야기, 책 이야기 등을 나누며 앞으로의 소망도 들어본다. _ 편집자 주

– 개인이야기
Q. 호주 (시드니)에 대한 인상
A. 지난 8월 시드니의 첫 인상은 한국과는 다르게 바쁘게 달리지 않아도 되는 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푸른 자연과 도시가 가까운 덕분에 여유와 쉼을 갖는 곳이었고, 이곳의 사람들의 표정에도 여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8월의 좋은 느낌을 받고 난 후 시드니의 여름을 만나기 위해 다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Q. 호주의 일장일단
A. 호주라는 나라는 삶의 균형을 매우 존중하는 문화권이라는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느꼈습니다. 대신 한국만큼 빠른 시스템과 즉각적인 결과를 얻기에는 어려운 곳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느림이 사람을 덜 소모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도 배웠기 때문에 결국은 무엇을 우선으로 선택하느냐의 문제에 따라 다른 시각을 갖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개인적인 새해 계획
A. 새해 계획으로는 올해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예술치료학과에 연극영상치료전공이 새롭게 개설되어 책임교수를 맡게 되었습니다. 영화치료와 연극영상치료라는 분야가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시도이지만, 영화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치유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학문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나아가 다양한 문화와 공동체를 품고 있는 호주에서도 영화치료가 충분히 의미 있는 대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언젠가는 호주에서의 적용과 교류를 통해서 영화가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또 다른 언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영화이야기
Q. 제작한 영화 ‘어떤관계’ ‘죽음으로의 초대’ 작품 소개
A. 영화 〈어떤관계〉는 ‘관계’ (Relationship)을 주제로 하여 5편의 작품이 엮인 옴니버스 (Omnibus) 형태의 장편 영화로 현재 국내 OTT 플랫폼에서 상영중에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미주꺼햄버거>라고 하는 작품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떤관계>라고 하는 영화는 관계의 시작이나 극적인 파국보다, 이미 어긋난 채로 유지되고 있는 관계의 상태에 관심을 둔 영화입니다. 서로를 알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전혀 닿지 않는 사람들과 말하지 않아서 생긴 거리와 말해도 사라지지 않는 오해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또한 제가 목표로 향해 가는 영화치료와의 주제와 그리 멀지 않아 학교 수업에서나 외부 특강에서도 자주 언급하며 소개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지만, 보는 관객 또한 자신의 관계를 떠올리며 느끼길 바랐습니다.

영화 <죽음으로의 초대>는 총 3편의 영화가 묶여 장편으로 국내 OTT 플랫폼에 배급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죽음이라고 하는 공포 소재를 주로 다루며, 각 작품들이 보여집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선아의 세계>라는 작품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습니다. 주인공 선아는 꿈인지 혹은 죽음인지 모르는 이상한 순간을 맞아 자신의 진실된 자아와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살아가다보면 그 사람의 내면은 결국 육체로 살지만 영혼은 그 자신의 것이 아닌 죽음과도 다름 없다고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물론, 죽음이라는 소재와 주제는 굉장히 무겁지만 우리 삶에서 죽음이란 자신을 돌아보기도 주변을 살펴보기도 할 수 있는 의미로써,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얼마나 내 자신을 잘 알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관객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경험 또한 살펴볼 수 있기를 바라는 영화입니다.
저는 조용히 관찰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관찰은 성찰을 만들어 새로운 시각을 만드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영화도 그러한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내가 아닌 타인을 오랜 시간 바라보고 그 삶을 통해 나 자신을 반추해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삶을 통해서 본디 좋은 것만이 아니라 악한 것도 이상한 것도 또한 더욱 좋은 것도 관찰하면서 많은 이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춰볼 수 있게 합니다. 영화 스크린은 그러한 계기를 주는 좋은 도구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살아가는 일상을 조용히 관찰하고 기록하며, 의미 있는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놓는 사람으로 영화 감독으로 지내고자 소망합니다.

Q. 영화감독으로서 제작하고픈 영화 또는 방향
A. 저는 영화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향후 제작하고 싶은 영화로는 사회 속에서 소외되거나 말하지 못한 감정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그들이 겪는 삶을 따라가는 영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크지 않아도 오래 남는 영화를 목표로 합니다.
Q. 좋아하는 영화들과 영화음악
A. 좋아하는 영화들은 특별히 장르로 나누지는 않습니다. 한국 영화 감독 봉준호, 허진호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관객의 생각이 영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그런 호흡이 있는 영화들이 마음에 남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을 멈추고 그 세계 안에 그냥 머물게 해주는 순간들이 좋습니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영화에 푹 빠져보게 하는 영화도 좋고, 보고 난 뒤 오래 곱씹게 되는 영화도 좋습니다. 결국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를 나누기보다는, 그 순간의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영화라면 어떤 영화든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영화 앞에서는 열려 있으려고 합니다.
Q. 기독인으로서 영화에 임하는 마음
A. 하나님께서 우리의 영혼을 치유해 주시는 것처럼, 저는 영화 또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최적의 도구라고 믿습니다. 영화는 혼자 감상하는 예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한자리에 모으고 마음을 열어 하나의 주제를 함께 이야기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는 복음 사역에 있어 매우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쓰임에 부름 받았다고 믿고 있으며, 지금 하고있는 이 일이 제자리이자 사명이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영화감독으로서의 계획
A. 저는 앞으로도 지역과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기록하고 싶습니다. 화려한 사건보다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에 더욱 관심이 있습니다. 또한 혼자서 완성하는 영화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작업이고,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현장에서 더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두르지 않으려 합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영화인이기보다, 천천히라도 오래 영화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책 이야기
Q. 저서 <AI와 영화 문화> 소개
A. 저의 저서인 <AI와 영화 문화>는 AI를 단순한 기술 트렌드로 다루기보다, 영화 문화 안에서 AI가 어떤 존재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질문하는 책으로 썼습니다. 우리는 흔히 AI가 영화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위기의식에 집중하지만, 저는 오히려 AI가 등장함으로써 영화가 인간에게 무엇이었는지 더 선명해진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촬영과 편집 같은 제작 기술뿐 아니라, 시나리오의 사고 방식, 창작자의 윤리, 관객의 감정 경험까지 함께 살펴보면서 결국 앙드레 바쟁이 언급한 영화는 결국 기술의 도구가 아닌 본질 자체다 라는 핵심을 AI 시대를 맞아 풀어가고자 했습니다.

Q. 인상깊게 읽은 책들
A. 저는 개인적으로 장편소설보다 단편집을 더 자주 읽는 편이다. 단편소설의 경우는 신선한 소재와 밀도 높은 장면들이 많고, 무엇보다 장면을 읽고 해석하는 데 특화된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장편소설은 서사를 훈련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단편소설은 응축된 서사에 따라 영화적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점에서 늘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김영하, 김금희 작가의 단편을 자주 읽고, 해외 작가 중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톨스토이 작품을 좋아합니다. 톨스토이 작품 중 <안나 카레니나>에는 이런 글귀가 나옵니다.
‘걸음걸음마다 그 호수 위를 행복하게 떠다니는 보트를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이 그 보트에 몸소 앉았을 때 느꼈음직한 것을 경험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게 반듯하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고만 있을 때는 쉬울 것 같지만 그것을 직접 해보면 무척 즐겁기는 행도 굉장히 힘들다는 점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했던 것이다.’
지금 제가 호주에서 느끼는 감정과도 닮았는데요. 이곳의 평온함은 제가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종류의 평온함이고, 그 평온함은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선택과 절제, 균형 위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직접 그 자리에 앉아보아야만 알 수 있는 무게인 듯 합니다.
Q. 앞으로 쓰고 싶은 책
A. 향후 구상 중인 책은 영화 치료를 주제로 한 워크북입니다. 그동안 영화치료 관련 책들은 이론 중심이거나 개념 설명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실제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 하는지 영화를 본 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와 함께 직접 영화를 만들어가는 기본적인 구조를 제시할 수 있는 워크북으로 영화를 매개로 심리치료와 상담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과 구조를 정리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국내외 영화치료를 학문적으로 잘 정립하여 확장해 나가는 방향으로 연구와 저술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 호주교민들에게
Q. 호주 교민들에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
A. 한국과는 다른 환경에서, 또 다른 나라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길 역시 그 나름의 깊이와 힘을 지닌 삶이며, 하나의 의미 있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호주 교민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동시에 한국의 따뜻한 정을 다시 한 번 마음에 담고 돌아갑니다. 나아가 영화를 통해 호주에서도 더 많은 사역과 만남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영화는 언어와 문화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연결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연결의 통로가 되는 역할을 감당하고 싶습니다. 호주 교민사회에서 한국 콘텐츠와 영화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한국과 호주를 잇는 작업에 저 또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