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이젠 ‘인어와 도깨비’가 나왔다
– 판타지 캐릭터로 승부한다
드라마는 언제나 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소위 뜬다는 드라마는 서민들의 마음을 살펴야 하는 정치인들도 꼭 챙겨서 봐야 할 정도였습니다. 드라마가 뜨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뜨고 주인공의 직업이나 스타일까지도 뜹니다.
요즘 뜨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초인적인 존재나 현실 세계에서 만나볼 수 없는 존재들인 판타지 캐릭터들입니다. 바로, 판타지 신드룸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신드롬의 시작은 SBS ‘별에서 온 그대’부터일 겁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인 도민준(김수현)과 톱스타 천송이(전지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잘 생긴 외계인과 잘 나가면서도 언제나 불안해 하는 대세 여배우의 로맨스였습니다. 최고의 훈남과 훈녀 앞장세운 ‘별에서 온 그대’는 28.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V’라는 미국 드라마 시리즈에 한국적 로멘스를 접목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그 인기는 엄청났습니다. 중국에서는 ‘다시보기’를 통하여 20억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신드룸을 불러왔을 정도입니다. 특히, 천송이의 치맥(치킨과 맥주) 먹방은 중국 현지에서도 ‘치맥 열풍’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수현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 를 이은 다음 타자는 MBC의 ‘W’였습니다. ‘W’는 인기 웹툰 주인공 강철(이종석)과 현실 세계의 신참 의사 오연주(한효주)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W’는 미스터리 멜로라는 컨셥을 가지고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파격적인 스토리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아버지의 웹툰 작품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강철과의 사랑 이야기는 만화속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를 오가는 아주 특별한 설정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요즘 웹툰의 인기가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요즘 대세는 인어와 도깨비입니다. 얼마 전 시작된 SBS 수목극 ‘푸른바다의 전설’은 인어 전지현을 내세워 판타지 캐릭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가는 조선 중기 민간에서 떠도는 풍자적 설화나 기지 있는 야담들을 어우당 유몽인이 묶은 한국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 등장하는 인어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인간 세상에 적응해가는 인어의 모습을 순수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현재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발을 맞춰 tvN의 새 금토극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가 등장합니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드라마입니다. 가슴에 칼이 꽂힌채 불멸의 삶을 살아가는 도깨비(공유)와 기억을 잃은 저승사자(이동욱) 그리고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에서 도깨비 신부로 살아가는 지은탁(김고은)이 등장합니다. 도깨비, 저승사자, 도깨비 신부, 도깨비를 모시는 가신 집안 등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캐릭터로 극을 채운 것입니다.
첫 방송부터 6.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합니다. 이는 tvN 역대 드라마 첫 방송 최고 시청률입니다. 2회차는 평균 8.1%, 최고 9.7%의 시청률로 tvN 최고 화제작이었던 ‘응답하라 1988’을 넘는 기록을 세우며 그야말로 대박이 터뜨리고 있습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SNS 버즈량을 기반으로 하는 화제성 지수에서도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를 펼치고 있습니다. 언론은 <도깨비>가 <응답하라 1988>이 기록했던 tvN 최고 시청률(18.803%)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도 완성도 면에서 훌륭하고, 대중적 감각 또한 뛰어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반응일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존 드라메에서 볼 수 없었던 판타지적 존재들이 주인공들로 대세를 이루는 이유에 대해서 ‘판타지의 한계성’을 그 이유로 꼽습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로코물이 재벌 2세, 혹은 만능 스펙남과 평범하다 못해 부족하다 싶은 여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주류였습니다. 이제는 식상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시청자들도 싫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드라마의 메인 스트림이 되어버린 로코물을 대신할 장르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존재, 다시 말해서, ‘판타지 캐릭터’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재벌 2세나 톱스타와 연애하는 신데렐라는 너무 식상한 소재다. 대신 꿈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자들을 등장시켜 상상에 그쳤던 것들을 드라마로 만든다. 이제까지와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드라마에 대한 상상력을 키운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한정적이던 장르와 캐릭터의 범위를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게 된 결과인 것 같다. 기존의 현실적인 캐릭터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을 시청자의 상상력을 통해 극의 임팩트를 한층 키우는 효과”라고 합니다.
또한, “주인공 자체가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조금 떨어져도 드라마를 이끌어갈 수 있다. 무한 판타지를 펼칠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현실 반영이 필요없다는 것이 이러한 판타지 드라마의 최장점이다. 또 스타 작가, 스타PD, 대형 스타의 조합이 성사되면 그만큼 상상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의 재원과 지원이 된다. 자연적으로 제작 환경이 좋아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판타지 주인공을 내세울 때도 조건은 필요합니다. 관계자들은 “가상 현실과 괴리감이 덜하고 익숙하면서도 현실에는 없는 캐릭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현실성이 없는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난감한 주인공을 만들어낸다면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려워 감정이입이 힘들다는 의견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어와 도깨비는 ‘신의 한 수’ 입니다. 한국적인 캐릭터인 도깨비나 글로벌 캐릭터인 인어와 같은 판타지 캐릭터만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구전으로, 혹은 동화책으로 접해왔던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면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친근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무섭게 느껴지는 도깨비가 너무나 완벽한 남자로 등장을 한다거나 물과 육지를 자유롭게 오가는 4차원인 인물인 인어가 나온다면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기에는 부족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다음에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무서운 ‘구미호’가 로코물의 형식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전래동화에서 흔히 등장했던 ‘선녀 이야기’가 현대적인 색깔을 입어 업그레이드 되거나 아니면 최고의 만능 색시감인 ‘우렁 각시’가 무능 색시감인 ‘무능 각시’로 새롭게 리메이크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요즘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리더를 넘어서 영웅이 필요할 때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영웅이 될 만한 인물들이 없기에 결국은 환타지 캐릭터까지 찾는 느낌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에게 세상을 맡기면서 당부하셨던 말씀은 ‘생육과 번성’ 그리고 ‘충만과 다스림’ 이었습니다. 창조적 질서를 유지하면서 창조적 능력을 통하여 이 일들을 만들어 가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연약함은 결국 교만을 키워왔고 수치를 당하는 일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설화나 동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인기를 누리는 것은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연약함을 알고 있다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고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16년의 마지막 칼럼을 마치며 지나온 발자취를 다시 한 번 돌아 봅니다. 나의 연약함을 느낄 때, 난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점검해 봅니다. 인어와 도깨비가 답답한 마음에 잠깐의 활력을 줄 수는 있어도 결국 인생의 동반자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2016년 하나님께서 만나게 하시고 함께하게 하신 모든 사람들을 기억해 봅시다. 하나님의 큰 그림 가운데 일 년이라는 순간을 통하여 알게 하시고 배우게 하신 모든 일들을 기억해 봅시다. 결국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를 붙드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2016년 <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를 애독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2017년에도 다시 뵐 수 있기를 소망하며 주님의 평강이 가정과 사역과 일터 가운데 임하기를 축원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도다… (고린도후서 5: 14)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메시지 스쿨’을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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