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돈 (Phaidon) – 플라톤 저
‘파이돈'(고 그: Φαίδων)은 플라톤의 중기 대화편 중 하나로서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사상으로부터 구별되는 소위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나오게 되는 것이 이 작품부터라고 하며 이는 영혼의 불사론(不死論)이다.
영혼의 불멸성에 대해 논한 대화편으로, 흔히 향연, 정체와 함께 플라톤의 중기 대화편 중 가장 주요한 저작으로 여겨진다.
플라톤의 독자적인 사상인 이데아론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첫번째 저작으로, 소크라테스의 처형에 관해 파이돈이 에케크라테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주된 논의는 어째서 영혼이 불멸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것으로, 플라톤은 영혼의 불멸성을 믿는 소크라테스가 담담하고 품위 있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대화편 속의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이데아는 불멸하는 것으로, 이 이데아의 불멸성이 바로 영혼 불멸의 근거가 된다. 이데아는 사물과 현상계의 저편에 있는 본질적인 것이고, 현상적 존재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육체는 현상계에 속한 것으로 그 수명이 다하면 소멸하지만, 영혼은 삶의 이데아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소멸될 수 없다. 왜냐하면 영혼은 우리가 감각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생명이 생명이게끔 하는 근본 원인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음이란 것은 결코 완전한 소멸이 아니며, 단지 현상계의 육신과 이데아에 속하는 영혼이 분리되는 과정일 따름이다. 흔히 드는 비유로, 플라톤이 말하는 육신과 영혼의 관계는 배와 선원의 관계와 같다.
영혼불멸에 대한 플라톤의 믿음은 이후 초기 기독교와 교부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기독교가 유대교적 전통에 그리스적 전통이 결합하며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탄생의 밑바탕에는 영혼의 불멸성에 대한 그리스 철학적인 믿음이 있었다. 이러한 믿음은 이후 초기 기독교의 교리를 정리하는 교부 철학자들에게로 이어졌고, 그러한 교리가 현대까지 주류의 견해로 이어져 내려오게 되었다.
○ 등장인물
– 파이돈(Phaidon)
파이돈은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엘리스 출신이다. 그는 아테네에 전쟁 노예로 팔려 왔다가 소크라테스의 주선으로 케베스(다른 기록에 따르면 알키비아데스 혹은 크리톤)가 몸값을 지불한 덕분에 자유인이 되었고, 이후 철학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소위 ‘엘리스학파’를 세웠고, 이후 이 학파는 에레트리아의 메네데모스에 의해 에레트리아로 옮겨져 ‘에레트리아학파’로 불리게 된다. 메네데모스가 메게라학파의 에우클리데스와 더불어 폄하되고 있는 기록이 존재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파이돈학파는 메가라학파와 밀접한 유사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에케크라테스(Echekrates)
에케크라테스는 피타고라스학파의 일원이었고, 그의 고향인 플레이우스는 당시 그 학파의 주요 근거지 중 하나였다. 플라톤이 피타고라스학파의 일원을 파이돈의 주된 청자로 설정한 데에는 《파이돈》의 주요 주제들, 예를 들어 영혼의 불멸이나 이데아론이 그 학파의 주장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케크라테스가 아테네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에 머물고 있고 아테네의 소식을 듣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사실도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직접적인 묘사가 아닌, 간접적인 보고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플라톤의 의도에 잘 들어맞는 점이다.
– 심미아스(Simmias)와 케베스(Kebes)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의 주된 대화 상대자로 등장하는 심미아스와 케베스는 모두 테바이 출신이다. ‘크리톤’ 45b에서 이 둘은 소크라테스의 탈옥을 위해 마련한 돈을 들고 아테네로 온 것으로 그려진다. 플라톤은 ‘열세 번째 서한’에서 케베스를 “소크라테스적 대화편들 속에서 심미아스와 더불어 영혼에 관한 논의를 소크라테스와 나누는” 인물,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가깝고 호의를 가진”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363a).
○ 작품 개요
1. 도입부(57a-61c)
(1) 파이돈과 에케크라테스의 만남(57a-59c)
(2) 감옥으로 찾아간 소크라테스의 벗들과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시작함(59c-61c)
2. 철학자와 죽음(61c-69e)
(1) 자살의 허용 여부에 관한 논의(61c-63e)
(2) 철학자가 죽음을 기꺼이 맞이한다는 주장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변론(63e-69e)
3. 영혼 불멸에 대한 논증들(69e-107b)
(1) 순환 논증(69e-72e)
(2) 상기 논증(72e-77a)
(3) 심미아스와 케베스의 반론(77a-78b)
(4) 유사성 논증(78b-84b)
(5) 심미아스의 반론 : 조화로서의 영혼(84c-86e)
(6) 케베스의 반론(86e-88b)
(7) 파이돈과 에케크라테스의 막간 대화(88c-89b)
(8) 논변 혐오의 위험성(89b-91c)
(9) 심미아스에 대한 답변(91c-95a)
(10) 케베스에 대한 답변(95b-107b)
1) 케베스의 반론의 요약(95b-95e)
2) 소크라테스의 지적 여정(96a-102a)
2-1) 자연학자들의 원인(96a-97b)
2-2) 아낙사고라스에 대한 기대와 실망(97b-99c)
2-3) 두 번째 항해 : 가정의 방법(99c-100a)
2-4) 원인으로서의 이데아 : 단순하지만 안전한 원인(100b-101e)
3) 파이돈과 에케크라테스의 두 번째 막간 대화(102a)
4) 영혼 불멸에 관한 마지막 증명(102a-107b)
4-1) 세련되고 안전한 원인(102a-105c)
4-2) 마지막 증명(105c-107b)
4. 신화 : 참된 지구와 사후 세계의 모습(107c-114d)
5. 소크라테스의 죽음(114d-118a)
○ 내용
파이돈(기원전 417?~? )은 소크라테스의 애제자로서 소크라테스 최후의 날의 상황을 친구인 에케크라테에게 들려 준다. 소크라테스는 해질 무렵인 사형집행 때까지 주로 시미아스와 케베스라는 두 사람의 피타고라스 학도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태연자약하여 평소와 조금도 다른 바가 없었다. 한편 그 대화를 듣는 편이었던 제자들은 “방금 웃으며 떠드는가 하면 곧 눈물을 흘린다”라는 식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이란 영혼이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혼은 육체라는 침침한 유리를 통하여 보는 것이므로 진리를 좀처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참다운 지(知)를 사랑하는 자(철학자)는 살아 있을 때부터 육체를 정화하여 영혼의 감옥이라 할 만한 육체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즉 살면서 죽음을 행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되었을 때 육체는 없어지지만 영혼은 어떻게 되는가. 여기에서 플라톤은 영혼의 불사(不死)를 증명하기 위하여 이데아의 생각을 끌어낸다. 이데아는 우리가 현실의 개체를 현실의 개체로 인정할 수 있는 원인이 되는 것이었다. 이 이데아의 원인설이 영혼 불사론의 제1전제가 된다. 그런데 눈(雪)은 눈으로서 눈의 이데아가 현실적인 눈의 원인인 동시에 눈의 이데아는 그것과 본질적인 관계에 있는 냉(冷)의 이데아도 받아들여 그것과 반대 관계인 열(熱)의 이데아를 배척한다. 뜨거운 눈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2전제이다.
그런데 혼은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더욱이 현실의 생명은 생명의 이데아가 원인이다. 그렇다면 영혼은 생명의 이데아와 본질적인 관계가 있다고 하겠다. 이리하여 눈이 냉(冷)의 이데아와 반대되는 열(熱)의 이데아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영혼은 생명의 이데아와 반대되는 죽음의 이데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영혼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까닭에 불사인 것이다. 이것이 이데아 원인설에 의한 불사의 증명이었다. 소크라테스는 무엇을 의지하고 무엇을 근거로 하여 태연하게 독배를 마셨는가. 거기에는 절대로 동요하지 않는 정의에의 확신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점에서 플라톤은 윤리적 근거로서 이데아를 안출하여 《파이돈》에서 스승 소크라테스의 태연한 죽음의 근거를 부여하였던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