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17
늦더위 ☂
40도가 넘는 어느 날. 아는 지인분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에 간 적이 있다.
야외 수영장인데 사람도 많이 없고 아이들이 놀기 안전하게 되어있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올수 있었다. 태양이 작렬 하는 뜨거운 호주의 오후, 여기서도 한국 아줌마의 진가가 드러난다. 얼굴전체를 커버하는 모자에 선글라스는 기본이고 팔이 탈까봐 끼는 쿨 토시 거기에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한 그녀들의 모습은 마치 강력한 무기를 가진 최전방 군인같이 보이기도 한다, 요즘은 호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재미난 모습. 비교적 더위에 강해 뜨거운 태양아래서도 선탠을 즐기는 호주사람들 마저도 40도가 넘어가니 거리에 보이질 않는다. 차도 별로 다니지 않은 찻길 아스팔트에는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게 보일 정도다. 후다닥 수영복을 갈아입고 맨발로 물속에 걸어 들어가는 잠깐 동안도 발바닥이 뜨거워 폴짝폴짝 뛸 수밖에 없었다. 수영장물도 처음에는 왠지 미지근한 느낌, 하지만 한참 물에 몸을 담그니 그제야 한숨이 나오면서 더위가 좀 가시는 둣하다. 덥다. 호주의 여름은 정말 덥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엔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물놀이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오랜만에 나도 수다를 떨며 교육얘기, 육아얘기로 여유를 즐기는데 바람이 한차례 불면서 갑자기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졌다. 그새 날씨가 좀 시원해졌나 싶어 수영장 물속에서 빠져나왔더니 나가자마자 다시 더위가 밀려 왔다. 물속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여전히 밖은 뜨거웠던 것 이다. 물이 바람에 마르면서 체온이 떨어진 것을 날씨가 바뀐 줄 착각한 것이다. 어쨌든 덕분에 무사히 한나절의 더위를 식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람이는 이내 차에서 쿨쿨 잠이 들었다,
호주에서의 나의 삶은 크게 두 개로 나뉜다. 하나님과 함께일 때 아닐 때. 나는 완전 정확한 트리플 A형으로 계획한 일 안에서만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안전을 최고로 여기기 때문에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는 편인데 늘 변수가 작용하는 호주에서 이런 스타일은 정말 힘들다. 영어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제때 제때 일을 해결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한 답답함, 불안한 거주형태, 매일이 도전이며 시험의 연속 이었던 것이다. 버는 돈에 비해서 지출되는 돈은 상대적으로 많고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 쉐어생을 받은 후엔 가족이 아닌 타인과 산다는 불편함을 더 떠안아야 했다. 또 그 즈음에 이상하게 아프기도 자주 아팠다. 호주에 온 것이 결코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나는 계속 불평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그냥 직장생활이나 하면서 평범한 가정을 꾸렸더라면 지금쯤은 작은 집도 장만했을 것이고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유지하기 위한 불안함은 적어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 아닌가(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생각들 해보셨죠?) 그렇게 지독한 자괴감과 외로움에 빠져있을 때 하나님은 하람이를 우리 가정에 주심으로 하나님이 언제든 무엇이나 하실 수 있는 분이시며 우리의 간구를 듣고 계시는 한없이 따스한 분이심을 확인 시켜 주셨다. 하람이는 결혼 몇 년 만에 생긴 기적의 아이였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이제껏 우리에게 고통을 주신 것이 아니라 당신을 느낄 시간을 주신 것 이었다. 그 후로 한순간의 변화는 아니지만 하나님이 우리 가정과 함께 하신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모든 상황을 조금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으며 힘든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최선을 다해 견디면 언젠가는 이 시간이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주의 무더위를 그냥 길 위에서 혼자 견딜 때는 온몸에 땀이 나고 타는 듯이 괴롭지만 물속에 있는 것만으로 똑같은 무더위가 나에게는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하나님 안에 거하는 것만으로 나의 삶은 크게 변화 되어진 것이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관 하에 있다고 믿는 것이 나의 삶을 이처럼 편하고 풍성하게 해줄 줄이야 그전에는 뭐 하러 그 생고생을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더위에 늘 약한 나. 아직도 가끔은 흔들리고 미약한 모습, 그래서 여전히 옆에서 긴 시간동안 부채질 하시는 하나님. 그분의 한량없는 사랑에 눈물이 난다.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