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공동체를 찾아서(7)
호주 레츠(LETS)공동체
릴레이 품앗이로 실현하는 대안화폐 공동체

현대는 자본주의사회로 삶의 전 과정이 화폐나 시장의 메커니즘에 따라 조직되고 통제된다. 결국 현대인들은 겉으로는 자유롭게 다니는 것 같지만 내면으로는 화폐와 시장의 감옥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노동력을 강제로 팔지도 않고 억압적인 명령체계 속에 일하지도 않으며 화폐의 수량이나 가시적 성과에 따라 인간을 평가하지 않는 새로운 사회경제방식, 곧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조해 나갈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는데 레츠가 그러한 삶의 한 대안운동이다.

‘레츠’(Local Energy Trading System)는 캐나다의 코목스 밸리라는 조그마한 섬마을 광산촌(코트내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마이클 린턴이 1983년 창안한 지역 대안화폐운동이다. 당초 실업자들이 자신의 노동력과 기술을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대안화폐를 받은 뒤,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제도로 출발했다. 이후 거래 품목이 탁아와 노인수발 등으로 확대되면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도와주는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호주에서도 레츠운동은 활발한데 블루마운틴 레츠는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레츠모델 지역이었다. 최근에는 호주에서 시드니 레츠가 대표적이다. 시드니 레츠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대안통용 공동체로 물건이나 봉사를 서로 제공하는데 호주 중앙정부의 화폐(AUD)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드니 레츠가 사용하는 대안화폐는 ‘오페라’를 이용한다.

시드니 레츠의 회원은 가정주부, 정년 퇴직자, 회사원 등으로 다양한데 시드니 레츠의 거래 단위는 일의 전문성과는 상관없이 시간당 20오페라로 고정돼 있다. 거래 품목은 건축, 외국어 교습, 마사지 등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뿐 아니라 아이 돌보기, 음식 마련, 세탁, 노인수발 등 다양한 활동도 포함한다. 한편 회원간에 불필요한 물품들을 1:1로 맞교환하기도 하며, 요리하기와 가드닝작업을 교환하기도 한다.
시드니 레츠의 목적은 대안화폐공동체를 통해 회원간 봉사와 섬김, 나눔과 친교 등의 공유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착취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공동체의 가치와 관계 및 스스로의 만족감을 높이고, 매립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과소비를 예방하고 서로 교환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생활철학을 가진 이들의 모임이 바로 레츠다.
이미 한국에서도 1990년대 중반부터 레츠모임이 시도되었는데 현재 남아 있는 레츠는 모두 30여 곳, 그러나 대안화폐 사용이 활발한 곳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 중 ‘송파 품앗이’, 대전지역의 ‘한밭 레츠’, 그리고 경남 함안의 녹색대학 등에서 대안화폐가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1998년 ‘1세대’로 시작한 ‘한밭 레츠’의 경우에는 2004년에만 무려 4919건의 대안화폐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들의 화폐단위는 ‘두루'(1두루=1원)다. 2003년 개교한 녹색대학은 ‘사랑'(1사랑=1원)이란 대안화폐를 쓰고 있는데, 이 대학은 대부분의 레츠가 독립된 돈을 쓰는 것과 달리 조폐공사에 의뢰해 제대로 된 화폐를 발권하기도 했다.

레츠가 화폐중심적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생활철학이 유사한 이들이 실명성, 탈이윤, 자립성, 연대성, 평화성, 생태성 등을 보장하는 생활중심적 사고와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레츠의 장점은 화폐경제에 갇혀있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자율성을 고양하고 이웃간에 평화와 우애를 다지며 자연과도 조화롭게 살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결국 대안화폐운동인 레츠가 확산된다면 대형화로부터 소외될 때 느껴지는 삶의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으며, 화폐중심의 삶이 생활중심의 삶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것은 보살핌과 나눔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현재와 같은 양극화나 부의 집중, 파괴 등을 예방할 수 있다. 문제는 레츠가 확산될 수 있는 주체적이고 객관적 조건들을 창출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현대인들이 기존의 화폐관계에 깊이 함몰된 삶의 태도를 전환하는 문제, 레츠를 지원할 갖가지 자원을 재분배하는 문제들이 큰 과제이다. 한편 이러한 레츠의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드니 레츠는 지속적으로 사업들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 일라와라(Illawarra)지역에서 Trading Day를 갖으며, 2009년 국제레츠컨퍼런스, 2012년 내셔널레츠컨퍼런스 등을 시드니에서 개최하기도 하며 레츠를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시드니 레츠(Local Energy Trading System) 안내
주소 : 67 Raglan St Waterloo NSW 2017 Australia
홈피 : www.auslets.org/sydney/
*공동체자료실 안내 http://cafe.naver.com/comsociety.cafe

임운규 목사(호주성산공동체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