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디아스포라 목회와 신학 : Stories of the Korean diaspora church in Australia
홍길복 / 한국장로교출판사 / 2014년
출판위원장 배진태 목사(시드니우리교회)는 “이번 출판은 홍길복 목사님이 호주 한인 이민교회에서 35년 동안 사역하시다가 은퇴하시고 고희를 맞이하게 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쓰신 글들을 모아 기념으로 발행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 목차
1. 디아스포라 코리안의 역사와 삶
2. 호주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 목회 이야기(1)
3. 한인 디아스포라 목회 이야기(2) – 실패와 그 실패를 넘어서
4. 호주 한인 이민교회의 토착화 과제
5. 기독교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시드니신학대학 한국신학부의 목표와 과제
6. 변조은 – 그의 삶과 생각
7. 이민자 아브라함 연구
8. 디트리히 본회퍼의 신학
9. 호주 디아스포라 신학과 실천에 관한 연구 – 홍길복을 중심으로 (최윤배 교수, 장신대 조직신학)
– 저자소개 : 홍길복
1944년 황해도 황주 출생.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 출판감사 예배에서
출판위원장 배진태 목사는 “이번 출판은 홍길복 목사님이 호주 한인 이민교회에서 35년 동안 사역하시다가 은퇴하시고 고희를 맞이하게 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쓰신 글들을 모아 기념으로 발행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홍길복 목사는 감사말을 통해 “지금까지 온 것 오직 하님의 은혜입니다. 저에게 호주 디아스포라의 삶을 경험하게 하시고, 그 흔적들과 거기에서 묻어 나온 작은 생각들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해 주심 또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모든 영광과 감사를 주님께만 돌립니다. 그리고 은퇴한 목사에게 칠십이 되었다고 시드니우리교회의 배진태 목사님과 성도들이 분에 넘치는 사랑에 감사하며,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책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750만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한 작은 증언이 되어 장차 이 부분에서 더욱 연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격려와 보탬이 되기를 바랄뿐입니다.”라고 인사했다.
한편 이번 출판된 홍길복 목사의 ‘호주 디아스포라 목회와 신학’(Stories of the Korean diaspora church in Australia)은 권당 20불(AUD)에 판매(3권 50불)되는데 판매액은 모두 교육과 의료선교비로 보내진다.
○ 홍길복의 세번째 잡기장 (78) 중에서 _ 10월 23일자
“두 번째 실패 이야기”
저는 가끔 저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해보기 위해서, 지난날 제가 썼던 글이나 일기, 혹은 제가 했던 설교문이나 기도문들을 다시 꺼내서 읽어보곤 합니다. 오늘의 잡기장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둘째로 나는 사랑에 실패한 목사이다. 나는 목회의 목적을 세우는 데 있어서도 실패했지만 목회의 실제적인 행동에서도 실패한 사람이다. 목회란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오랫동안 목회란 책에서 배우고 교실에서 익히는 기술인줄로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목회란 온 몸과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목회란 사랑 이상도 아니고 사랑 이하도 아니다. 목회란 사랑의 예술이다. 목회란 사랑의 연습이고, 사랑의 실천이며, 사랑의 확대재생산이다. 목회란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아픔을 경험하는 일이다. 목사에겐 사랑을 주어야 할 의무만 있지 사랑을 받을 권리란 전혀 없다. 타인의 아픔과 고통, 다른 사람의 비극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일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은 목회자가 되어서는 않된다. ‘억울하게 죽으리라’ 각오한 사람만이 가는 길이 목회자의 길이다. 목회자의 모델인 예수 그리스도가 그리하셨기 때문이다. …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복잡하게 말할 것 없다. 예수님 처럼 원수까지도 사랑하는 것이 예수를 믿는 것이다. 없는 이에게는 나누어주고, 아픈 이는 위로해주고, 억울한 사람은 편들어주는 것이다.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지 말고 끝까지 목적으로 대하면서 살면 된다. 교회는 사랑의 공동체이고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다. 교회 다니는 이유는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실천하는 능력을 얻기 위해서다. 혼자서 하기 어려운 사랑을 힘 합쳐서 같이 하기 위해서 교회라는 데를 다니는 것이다. 목회란 영원한 사랑의 연습이고 실천이다. 그런데 나는 그만 여기서 실패한 목사다. … 목사에게는 죄의 기준이 달리 적용된다. 목사는 사랑하지 못하거나 용서하지 못하면 그게 큰 죄다. … 사랑에 성공한 사람은 인생에 성공한 사람이고 사랑에 실패한 사람은 인생에 실패한 사람이다. 성공한 목사란 누구인가? 공부 많이 하고, 설교 잘하고, 책도 쓰고, 방송도 하고, 부흥회도 자주하고, 교회를 크게 만들고, 정치에 익숙하여 총회장도 지내고, 그야말로 후배들이 ‘목사님은 목회에 성공하셨습니다. 존경합니다’ 하는 소리를 듣는 목사가 진정 성공한 목사인가? 아니다! 사랑에 성공한 목사가 성공한 목사다. 제아무리 이름을 날리고 성공한 듯이 보여도 사랑하는 데 실패한 목사는 실패한 목사이다.
나는 어떤가? 나는 확실히 실패한 목사다. …
지난 날 나의 목회는 ‘고객관리’라는 차원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사랑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의무와 책임으로 했을 뿐이다. 이 지구상에 단 한 사람의 억울하고 가난하고 아파하는 사람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사실은 그것 까지도 내 책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괴로워 할 수 있어야 그 사람이 목사이다. 목사란 사랑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 사람이다.
공동묘지에 무덤의 숫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그것을 성장이라고 말해서는 않된다. 머릿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성공이다. 예수님은 괜찮은데 목사와 신자들 때문에, 그들이 꼭 장사하는 사람들 같아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랑에 실패한 목사인 나 또한 할 말이 없다.
사육신 중 한 사람인 성삼문이 집현전에서 일직을 서다가 그만 잠이든 적이 있었다. 한 밤중에 세종대왕이 집현전에 들렸는데 성삼문이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 ‘깨울까? 혼을 낼까? 집현전에서 쫓아낼까?’ 잠시 생각하던 세종은 조용히 자신의 곤룡포를 벗어서 잠든 성삼문의 어깨 위에 덮어주고 나왔다. 새벽에 눈을 뜬 성삼문은 임금의 곤룡포가 자기 어깨 위에 놓여있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난 이젠 꼼짝없이 세종을 위해 죽을 수 밖에 없게 되었구나!’
너그러움과 관용, 은혜와 사랑이 성군도 만들고 충신도 얻는 첩경이다. 나는 그걸 못한 사람이다. 세례도 많이 주고, 주례도 많이 서고, 교회도 크게 만들었지만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거나 사람을 얻지는 못했다. 나는 곤룡포를 벗어 주지 못한 사람이다. 그때 그 교우에게, 그때 그 장로에게, 그 때 그 목사에게 “김선생님, 이장로님, 박목사님, 내가 다 잘못했어요. 용서하세요” 그리 말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톰 왓슨은 전 미국 PGA 투어에서 39승을 했고 메이저 대회에서만도 8차례나 우승한 골프계의 전설적 인물이다. 한 신문기자가 인터뷰를 하던 중 프로 골퍼로서 평생을 두고 잊혀지지 않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때 왓슨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PGA 투어에서 첫 우승을 한 날입니다. 게임이 끝난 후 환호하는 갤러리들을 등에 두고 락커룸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떤 초등학생이 종이와 펜을 들고 사인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너무 더웠고 땀으로 번벅이 되었고 또 흥분된 상태여서 그냥 못 본척하고 락커룸으로 들어서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그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봐요! 왓슨씨, 이제 보니 당신 참 형편없는 사람이군요. 내 아들이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군요!’ 바로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완전히 산산조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때 나는 배웠습니다. 아무리 골프를 잘치고 PGA에서 수십 번을 우승하고 사람들에게서 인기를 얻는다 해도, 어린아이 하나가 사인 좀 해달라고 내민 손길을 무시하고, 지극히 작은 사람 하나에게도 친절과 호의를 베풀 줄 모른다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난 그날 골프가 아니라 인생을 배웠습니다.”
톰 왓슨도 일찍이 배웠던 그 인생의 진리를 나는 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도 미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사랑과 섬김, 너그러움과 베품, 용서와 관용에 있어서 실패한 목사이다. 이것을 나는 ‘나의 인간적 실패’라고 이름한다. 앞에서 고백한대로 나는 ‘신학적으로 실패한 목사’이며 또 ‘인간적 실패’도 맛본 사람이다. 목회를 포함하여, 인생이란, 모두 사랑의 성패로 결정이 된다. 내 남은 인생이 얼마일지는 모르나 이제 와서 돌이키기는 그리 쉬워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뒤따라오는 후배들에게는 제발 나처럼 실패하지 말라는 말 만은 꼭 남기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출처: 호주 디아스포라 목회와 신학, 홍길복 지음, 한국장로교출판사, 2014년 중에서 ‘한인 디아스포라 목회 이야기 [2] – 실패와 그 실패를 넘어서 pp.94-98에서 옮겨온 글)
Carpe diem !
Bonam fortunam !
좋은 주말 되시길 바라며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