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투데이
호주 자녀와 이민자 자녀들
언어와 문화차이로 제약을 받고 있는 이민자 자녀와 활달하게 생을 즐기려는 호주 태생들 사이에 차이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멜본에 있는 디킨대학(Deakin University)의 연구팀들이 부모들의 알콜과 마약이 아동 등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연구했다. 연구 대상은 멜본지역 고등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했다(7-9학년). 10대 호주 태생은 76%가 9학년 때 음주를 했다고 하는 반면 집에서 영어 이외에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민자 자녀들은 48%만 음주를 해 보았다고 했다. 또한 마약인 마리화나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호주 태생은 10%에 비해 이민자 자녀들은 4%에 불과했다. 마틴 미나리(Martin Minale) 교수는 부모들의 음주와 마약복용이 10대 자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며, 엄중한 가정교육이 문화차이와 관계없이 10대 자녀들의 성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호주에 와서 자기 직종을 못 찾는 이민자들은 호주 주류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자녀들이 교육을 통해서 만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민자 부모들은 강압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자녀들이 주류사회진출을 위해 교육에 몰두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호주도 학비가 매년 3만불씩 지불하고 다니는 사립학교와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학생이 많이 다니는 공립학교와 큰 구별은 있기는 하나 아직도 학생들이 열심히 하기만 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나라이다. 특히 주정부가 운영하는 공립학교지만 입학시험을 보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경쟁토록 하는 Selective School 제도를 주 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다.
매년 NSW주에서 약 5,000명 정도가 입학을 하는데 이민자 자녀들이 입학하는 경우가 약 80%가 된다. 특히 제일 입학하기 어렵고 영재들만 모이는 James Ruse 농업고등학교는 이민자 자녀가 무려 95.2%까지 이르고 이 학교에서 매년 대학입학시즌이 되면 20개 이상과목에 톱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쟁이 심한 중국, 베트남, 한국계 학생들이 많이 공부하고 있는 곳이다. 이 학교에서 중간 이상만 되면 자기가 지원하는 대학에 무난히 입학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이야기가 지난주 타임지에서 어려운 가운데 자녀를 훌륭하게 만든 9가정을 소개 보도했다. 타임지는 아이들을 성공시킨 가정은 모두 다른 언어와 피부색 등 다르기는 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찿으면 이민자거나 어머니나 아버지중에 교수나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가정들이다. 이민자는 자녀들이 교육을 통해서만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그들이 주류사회에 진출한다는 것이고 교사를 가진 가정도 역시 자녀들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가정이다. 교육은 모두 사람을 사람되게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타임지에 소개한 9가정 중에 한 예로 소개된 워지츠키(Wojicicki) 가정에서는 스탠포드 물리학과장인 아버지와 교사 출신 엄마 밑에서 세자매가 자랐다. 세 딸들은 유투브 CEO 외에 U.C 샌프란시스코 교수, 테크놀로지 회사 창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 외 가정 자녀들도 ABC 엔터테인먼트 회장, 작가, 화가, 록스타, 패션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직교사 출산 엄마는 조기교육에 대한 확신이 강했다. 딸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미술이나 만들기를 배우게 하고, 매주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며 읽기와 셈하기, 수영을 가르쳤다. 태어나서 5살까지의 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을 실행하였다. 이민자에 경우 ‘이민’은 자녀들에게 희망으로 그리고 압박감으로 성취욕을 자극한다. 9가족 중 푸에르토리코에서 온 이민 가정의 아빠는 20년 동안 매일 밤 잠든 딸들의 침대 옆에서 기도하듯 속삭였다. “할 수 있어, 할 거야(I can and I will)”를 딸들의 무의식에 주입시키기 위해서였다. 세 딸은 투자펀드 파트너, 병원 의료 디렉터, 골든 글로브 수상 배우로 성공했다.
그러나 이민자 자녀들은 다른 나라에서 무엇보다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한국교민 가정의 아이들은 보통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부모님과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한국 정체성이 뚜렷해 한국 친구들이 많은 반면, 학교에서 한국사람이 아닌 친구들이나 교사들과는 사이가 먼 경우다. 이들은 영어를 안쓰려고 한다. 한국 정체성만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유형은 학교에서 서양 친구들 및 선생님들과 잘 지내고 성공적으로 적응을 잘하지만 한국어를 못하고 부모와 거리가 생긴다. 즉 한국인 정체성이 약하다. 세 번째 유형이 가장 문제다. 이들은 외롭고 그 아무하고도 잘 지내지 못한다. 한국의 정체성도 호주에 정체성도 약하다. 네 번째 유형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들은 문화적인 상황에 따라 행동과 언어를 바꿔가며 두개로 넓어진 세계에서 지낸다. 한국인의 정체성도 호주 이민자로서의 정체성도 잘 나타내고 있다.
네 번째 유형으로 자녀들을 키우려면 부모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부모들은 한국과 호주 문화가 극단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세대 간 충돌을 겪어야 하다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하다는 것을 자녀에게 이해시킨 후 한국문화를 설명해줘야 한다. 호주와 한국문화를 비교할 때 자녀에게 이게 옳고 그르다고 말을 해서 않된다. 다만 다르다는 것만 이야기해야 한다.
하명호(SBS 방송인,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