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부활절 전야 미사서 “부와 쾌락의 화려함보다 예수 따라야”
성(聖)목요일 로마 근교 교도소 방문해 죄수 12명 발 씻겨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0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집전한 부활절 전야 미사에서 “부와 덧없는 것을 살지 말고 하느님을 위해 살라”고 독려했다.
AP통신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희망을 잃지 말라 … 일이 잘 안 풀릴 때 우리는 용기를 잃고 생명보다 죽음이 강하다고 믿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죄(sin)는 유혹한다. 그것은 쉽고 빠른 것, 번영과 성공을 약속하지만, 그 뒤로 고독과 죽음만 남긴다”고 경고했다.
또 교황은 신자들에게 “부와 커리어, 자만과 쾌락의 화려함보다 진정한 빛인 예수를 선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축일인 부활절을 앞두고 로마 근교의 교도소를 찾아 죄수들의 발을 씻겨준 뒤 이들의 발에 입을 맞췄다.
교황은 부활절을 사흘 앞둔 성목요일인 18일(현지시간)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벨레트리의 수감 시설을 방문, 재소자 12명 앞에 차례로 무릎을 꿇고 이들의 발을 씻겼다.
600여명의 재소자가 수감돼 있는 벨레트리 교도소는 주로 일반적인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죄수들을 수용하고 있으나, 수사당국에 협조해 마피아 조직에 대한 정보를 털어놓은 마피아 변절자들을 위한 특수 보호 구역도 갖추고 있는 시설이다.
성목요일의 세족식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되기 하루 전에 열 두 제자와 최후의 만찬을 하기에 앞서 제자들에게 낮고, 겸손하게 다가가 발을 씻겨준 것에서 비롯된 의식이다.
역대 교황은 로마에 있는 웅장한 성당에서 12명의 사제들을 상대로 세족식을 거행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매년 성목요일에 교도소, 난민센터, 노인 요양원 등을 방문해 세족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가장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하며 교회가 사회의 낮은 자리로 다가가 소외된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는 소신을 설파해 온 교황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교황은 이날 재소자, 교도관들을 상대로 한 강론에서는 “예수가 살던 시대에 손님의 발을 씻기는 일은 노예나 하인들의 몫이었다 … 오늘 여러분들 발을 씻기는 것은 예수를 본받기 위함”이라며 “오늘 이런 의식이 여러분들이 힘의 논리를 따르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좀 더 겸손하고, 친근하게 다가가 형제처럼 서로 섬기는 것에 일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황이 정성스레 씻긴 발의 물기를 흰 수건으로 닦고, 입을 맞추자, 일부 재소자들은 교황의 손에 키스를 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날 교황이 발을 씻어 준 재소자 가운데 9명은 이탈리아 출신이고, 나머지는 각각 브라질, 모로코, 코트디부아르 출신이라고 교황청은 설명했다.
교황청은 이들의 종교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목요일에 발을 씻겨준 사람 가운데에는 여성과 이슬람 신자들도 포함돼 있어 가톨릭 내부의 보수파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편, 13억 명에 달하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19일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전에 골고다 언덕에 십자가를 짊어지고 갔던 고난을 상징하는 ‘십자가의 길’ 의식을 로마 콜로세움 인근에서 재현하고, 20일 밤에는 부활절 전야 미사, 오는 21일 오전에는 부활절 미사를 각각 집전한 뒤 부활절 메시지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를 향해)를 발표할 예정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