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64)
競賣
몇 해 전, 호주에 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편과 함께 옥션장에 가 본 적이 있다. 정확한 위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요일별로 다른 제품들을 판매 하는 곳 이었다. 우리 집은 거실을 주방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넓진 않아 계속 비워두긴 했지만 그래도 가끔 오시는 손님들을 위해서라도 작은 쇼파가 필요했는데 마침 우리가 간 날은 가구를 중점으로 경매 하고 있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을 시작했다. 다양한 물건들이 있어 보는 것 만 으로도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정말 마음에 드는 쇼파를 발견했다. ㄱ자 모양의 흰 가죽 쇼파로 좁은 거실에 놓아도 답답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일단 그것으로 마음을 정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2순위 3순위까지 살짝 점찍어 두었다. 그런데 옥션이라는 게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장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제품이 첫 번째로 경매에 올라온다면 정말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모를 일이다. 언제 올라올지 모르니 그렇게 우리의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어린 하람이 까지 데리고 먼지 가득한 그곳에서 칩스와 콜라로 끼니를 때우며 기다리기를 몇 시간.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물건이 워낙 깔끔하고 디자인도 예뻐 여러 명이 함께 붙었다. 처음으로 하는 경매라 조금 설레이고 긴장되었지만 초보자처럼 보이기 싫어 나름 노력했고, 중간까지는 꽤 잘한 것 같았다. 그렇게 가격이 조금씩 오르더니 결국 우리와 덩치가 큰 호주 여자 분이 남았는데 거기서 부터 진정한 승부가 시작 되었다. 조금만 더 오르면 우리가 예상한 가격을 넘어선다는 두려움이 슬슬 밀려오고 도대체 어디서 끝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가격을 오르게 하는 저 여자 분이 원망스럽고. 그렇게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올라오자 결국 나는 팔을 들려는 남편의 손을 붙잡았다. “이건 아니야. 가격이 더 오르면 우리가 여기 와서 살 이유가 없지” 결국 그렇게 우리의 첫 번째 경매는 남편의 말로는 소심한 새가슴인 나로 인해 실패했다. 사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가격이 좀 더 올랐다 해도 시중에서 그 가격에 그만한 컨디션의 쇼파를 살 수 없음이 분명하긴 했다. 어쨌든 그대로 돌아 갈 순 없어 2순위로 생각한 흰색2인 쇼파에 올인 하기로 한 결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쇼파를 낙찰 받을 수 있었다. 비록 우리가 정말 원한 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인지 부담 없이 편하게 잘 사용할 수 있었다. 그날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기다린 덕분에 감기에 걸려 한참을 고생한 기억이 나 다시는 안 가리라 다짐했었는데, 그렇게 잘 사용하던 쇼파가 얼마 전부터 상태가 매우 나빠지기 시작했다. 간단한 2인 쇼파에 늘 3명의 덩치가 비벼대고 있으니 탈나는 게 맞긴 하다. 겉의 가죽부분이 심하게 갈라지고 떨어져 처음에는 방석을 깔고 앉으면 괜찮겠거니 했지만 그 정도가 더 이상 방석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하얀 가죽들이 바닥이며 다리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앉자 우리는 쇼파를 다시 구매해야 한다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가격을 알아보는데 비교적 저렴한 천 쇼파를 사기에는 하람이 때문에 감당이 안 될 것 같고 그렇다고 가죽을 사자니 2인용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다시 옥션장에 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좋은 물건이 없으면 하루를 온전히 허탕 치는 것일 텐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빼서 그곳에 갈 자신도 없었다. 그때 즈음 새집으로 이사 간 청년이 살짝 팁을 주는 게 바로 인터넷 경매 사이트였다. 본인집의 거의 모든 가구도 인터넷 경매로 구입했는데 시간을 투자해야하고 스킬도 필요하지만 꽤 좋은 물건을 적당한 가격에 집에서 낙찰 받을 수 있어 비교적 성공적이라 했다. 하지만 늘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봐야 안심이 되는 나는 그게 과연 괜찮을지 확신 할 수 없었지만 일단 시도는 해보기로 하고 그 청년이 말해준 팁을 기억하며 쇼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은근히 중독이 되더란 것이다. 아침 일찍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좋은 물건이 밤새 올라 온 게 없나 검색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지막으로 어떤 물건이 남았는지 확인을 해야만 잠이 편안히 들게 된 것이다. 새것 보다는 중고로 사용한 것 중 거의 사용하지 않아 새것과 마찬가지 인 물건을 찾는 것 에 중점을 두어 알아보며 픽업해 올수 있는 거리와 가격 그리고 상태 등을 최종 점검하고 몇 가지를 골라 올려 두었다. 아직 며칠씩 시간이 남아 있어 그 사이 다른 것을 더 알아 볼 수 있어 마음은 조급하지 않았다. 입찰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데, 일단 너무 싸게만 사려는 마음은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싸게만 사려다 몇 초 남겨두고 물건을 놓친 게 몇 번 이다. 그리고 아무도 경매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인터넷 상이라 경쟁자가 직접 보이지 않지만 시간에 맞춰 마우스를 누르고 있을 누군가가 확실히 있다. 그러니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이라면 단 몇 초 사이에 승패가 갈릴 수 있으므로 로그인해둔 화면 외에 똑같은 페이지를 하나 더 만들어 만약의 경우 짧은 시간에라도 다시 한 번 경매에 참여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 과연 그런 본인은 성공 했을까?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사실 우리의 새 쇼파는 하람이에 의해 결정 되었다. “엄마! Congratulation! 이라고 떴어요. 여기!” 어느 날 하람이가 태블렛을 들고 쫓아 왔다. 그게 무슨 소린가 했더니 하람이가 메인 창에 떠 있던 경매 사이트에 우연히 들어가 아무거나 누른 다는 것이 마침 경매시간이 얼마 안남은 쇼파 였는데 경쟁자가 아무도 없어 그냥 낙찰이 되 것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가격은 50불 이었고 지역도 가까웠으며 색깔은 하얀색이 아닌 진한 베이지에 약간 흠집이 난 곳도 있었으나 그렇게 얼렁뚱땅 쇼파가 생겨 버린 것이다. 남편이 쇼파를 픽업하러 가보니 나이가 지긋한 호주 할머니가 Nursing Home에 들어가시기 위해 물건들을 팔고 계시는 중이었단다. 쇼파 자리 중 유독 낡은 곳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던 자리라며 선하게 웃던 할머니의 그 쇼파가 지금 우리 집 거실에 떡 하니 자리 앉았다. 우리 아들 하람이 때문에!!!! 조금 오래 되었어도 그 덕분에 또 얼마간은 아낌없이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지독한 인터넷 경매는 조금 쉬련다. 지금으로서는 편안히 앉아 쉴 수 있는 할머니의 애장품 쇼파가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이다.
박은정 사모(시드니우리장로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