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땅속 생물 이야기(2)
선충류[선형동물]는 사람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에 기생한다. 선형동물의 유생은 사마귀·여치·귀뚜라미·물방개·바다의 갑각류 등에 기생하며, 자라면 숙주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편충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선형동물은 절지동물 다음으로 가장 다양한 분류군으로, 대략 2만여종이 밝혀졌으나 50만종에서 1천만종이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족속들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동·식물들에 기생하며 남의 밥상을 약탈하는 바람에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에 기생하는 회충같은 선형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나무나 농작물에 기생하는 선형동물 족속들은 보통 골치 아픈게 아니다. 소나무 재선충은 크기가 1mm 내외의 실같은 선충으로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의 몸 안에 서식하다가 새순을 갉아 먹을때 상처부위를 통하여 나무에 침입한다. 침입한 재선충은 빠르게 증식하여 수분,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나무를 죽게 하는 병으로 치료약이 없어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 이런 연유로 소나무 재선충은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다. 미생물의 특징이 무서운 번식능력인데 소나무 재선충은의 크기가 1mm이하의로 눈에 잘 띄지 않고 자체적으로 이동할 능력이 없지만 매개충(북방수염하늘소, 솔수염하늘소)에 들러붙어 이동하는데 이때 1마리당 들러붙은 재선충의 수는 1만5천마리다. 암수 1쌍이 20일이면 ’20만마리가 되니까… 일단 붙으면 답이없다. 재선충이 침입한 소나무는 1~2개월 안에 시들시들 하다가 3개월이면 고사한다고 보면 된다. 솔잎혹파리라는 소나무 해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에 설상가상으로, 1988년 느닷 없이 소나무재선충이라는 것이 잠입해서 소나무를 고사시켜 가고 있으며 남산위 에 저 소나무까지 위협받기에 이르렀다. 선충류가 소나무 뿐만 아니라 농작물에도 막심한 피해을 입히고 있다.
선충피해
선충은 토양과 식물체 어디에나 존재하면서 농산물의 품질과 수량을 좀먹는 ‘보이지 않는 적’이다. 국내에서는 선충피해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전세계적으로 주요 식량작물의 약 11%, 채소·과일을 비롯한 주요 경제작물의 14%를 못쓰게 만들어 매년 총 800억 달러가 넘는 경제적 손실을 일으킬 정도로 세계 농산물 생산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한다. 눈에 잘 띄이지도 않는 작은 생물체지만 직·간접적으로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홀리 할 수 없는 족속 들이라 선충에 매달린 전문가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많은 학자들이 선충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다가 선충이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예쁘다”고 평가한 경우가 생겼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예쁜 꼬마 선충”이라는 작자가 바로 그 녀석이다. 학명이 “Caenorhabditis elegans”인데 “C.elegans”로 줄여부르기도 한다. “예쁜꼬마 선충”이라는 한국 이름이 붙여진 것은 한국선충연구의 1세대 학자들이 선충을 들여와 한림대의 기생충학자인 허선 교수에게 한글 이름 짓기를 요청해 와서 국문학자인 그의 부친과 “C.elegans”를 “예쁜 꼬마 선충”이라고 명명 하였다고 한다. 예쁜꼬마선충을 처음으로 모델생물로 채택한 과학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영국 과학자인 Sydney Brenner다. 예쁜꼬마선충이 생물실험을 하기에 매우 유용한 이유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과학자들의 무기는 “단순화[simplification]”라는 도구다. 식물의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처럼 한 세대가 짧고 사육하기도 쉬우며 갖출 것은 다 갖춘 생명체로서 알에서 깨어나 완전히 성장하고 다시 알을 낳기까지는 고작해야 4일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몸속을 에서 일어나는 생체 변화를 현미경으로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으니 꿈틀거리는 생명체를 실감있게 관찰 하기가 안성맞춤이다.예쁜꼬마선충은 땅속에서 토양 세균[bacteria]을 먹고 사니 태생적으로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수 없게 되여 있다. “Elegance”가 영어 사전에 “우아優雅”, “고상[高尙]”으로 번역되고 있는데 이를 “예쁜”으로 번역해서 “예쁜 꼬마 선충”로 명명함으로써 이 작은 생명체가 팔자[八字]를 고치게 된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연구소 등이나 실험실에서 “예쁜 꼬마 선충”을 사육하는데 사료는 대장균이다. 과학자들이 땅속에서 보석중의 보석을 찾아낸 것이다. “예쁜꼬마선충” 뿐이겠는가? 땅속이고, 물속이고, 숲속이고 간에 들여다 보면 볼수록 의문 투성이가 산더미 처럼 쌓여 있다고 봐야 한다.
예쁜꼬마 선충
포스텍 분자생물 과학부 김우재 박사는 “미르[miR -microRNA의 줄임말] 이야기”에서 “생물학의 진수는 생명의 신비 앞에 항복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정복하는 것이다”라고 언급 하였다. 거부감을 가질지 모르나 과학자가 하는일을 간결하게 표현한 것 같다. 눈앞에 보이는 생명현상을 들여다만 보고 있다면 인간의 지식은 멈춰 설 수 밖에 없다. 지구상에 인간이 출현하면서부터 끊임없이 지식을 생성시켜온 과학자들의 각고의 노력을 누가 부정할 수 있는가? “예쁜꼬마 선충”이 운이 좋게 인간의 눈에 띄였을 뿐이고 흙속에는 너무나 많은 생명체가 살아 숨쉬고 있다. 1974년에 Sydney Brenner가 예쁜꼬마선충의 유용함을 발견하고 모델생물로 채택 하였으며 7년에 걸쳐서 여러가지 돌연변의체를 분리한 끝에, 2002년에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하였다. 21세기 들어서만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만 6명이나 된다. 과학자들은상[ 賞]과는 관계없이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에 관해서 모르는 척하고 넘어 갈 수 없는 팔자[八字]를 타고 난 사람들이다. 과학이라는 것이 의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의문[?]을 골치 아프다고 팽개치면 지식[知識]이라는 것이 생성될 수가 없다.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은 기생충 감염에 의한 전염병 퇴치에 헌신해 온 아일랜드와 일본, 중국 학자들에게 돌아갔다.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
스웨덴 카롤린스카 노벨위원회는 지난5일 미국 드루대학 윌리엄 캠벨 명예 연구원(85·), 일본 기타사토대 오무라 사토시 명예교수(80·), 중국 전통의학연구원 투유유(屠유유) 수석 교수(85·) 등 3명을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캠벨과 오무라는 회충에 의한 감염을, 투유유는 말라리아 퇴치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물질의 발견으로 전염병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캠벨박사와 함께 아이버멕틴(ivermectin)이라는 구충제를 개발한 연구로 상금을 나눠 갖게 됐다. 특히 오무라 교수는 일생동안 흙과 나뭇잎, 하천의 물을 채집해 미생물이 만드는 신물질 발견에 평생을 받쳐 왔으며 그동안 그가 발견한 480여종의 신물질 중에 하나가 아이버멕틴(ivermectin)이다. 아이버멕틴은 림프관 사상충증(lymphatic filariasis)과 간의 사상충증(river blindness)의 발병률을 극적으로 낮췄으며 다른 기생충 질병에도 효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한국의 교육열
세계에서 교육열이 최고 수준인 한국인 이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장자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알만치 안다. 한국의 교육현장은 학생들이 의문에 매달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명문대학입학 이라는 험악한 산을 넘어야 하는데 눈앞에 펼쳐진 자질 구레한 의문[?]에 머무르는 것은 시간낭비가 되기 때문이다. 평소의 학습황동중에 학생들이 의문에 관해서 스스로 풀어 가는 훈련을 하여야 하며 이는 지식을 생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밤이 깊어질때 까지 학교에 남아서 추구 하는 것은 이미 확정된 지식을 암기하는 일이다. 이것이 무의미 한것은 아니지만 선언적지식의 암기만으로는 창의성이 길러 질 수 가 없다는 것이 문제 인것이다. 그런 결과로 한국의 교육열이나 학력이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하면서도 인적자원의 국가 경쟁력은 하위권에 머물르고 있다.평소에 지식을 생성하려는 기본적이 자질이 갖추어진 자라야 의문[?]이 생겨도 얼버무리며 넘어가지 않고 꼼꼼하게 살피고 분석하며 결론에 도달 하려는 노력 가운데 새로운 지식이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땅 속을 들여다 봐도 선언적 지식에 길들여 진 사람은 의문[?]의 제기가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인의 지능이 어느 인종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수준높은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것은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본다. 동양의 고전 등의 선언된 지식에만 매몰 되어 있을때 서양인 들은 지식생성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1mm도 안되는 꼬마선충같은 미생물이 우연히 발견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한국에 우수한 과학자들이 있고 또 증가 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