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잡기장

<노년의 역사>
•들어가는 말 – 60년대 초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우리 학과의 교수님 중에는 그 즈음의 학문세계의 추이를 빈정대시면서 <앞으로 멀지 않아서 우리대학에도 계란 후라이 학과나 양장제단학과가 생길 것>이라고 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정말 요즘은 학문과 기술의 분야가 생각했던 것 보다 엄청 넗혀져 가고 있다.
80이 넘어서면서 요즘 나는 <나이듬>의 의미와 <나는 어떻게 내 삶을 마무리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자주,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종교인으로써 내 삶의 자세를 더욱더 가다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이런 저런 자료들과 책들을 뒤적거리게 되는데 그중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노인학 Gerontology>이다. 전에는 그런 분야의 학문이 있는지 조차 잘 몰랐는데 이즈음엔 그렇질 않다. 불과 몇해 전 까지만해도 나는 젊은이들 앞에서 <청년학, Youth Studies>을 이야기하곤 했었다. 청년들이 사회발전을 위하여 어떻게 책임있는 사람으로 독립성과 주체성을 길러나가야 할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곤 했었다. 그런데 눈 깜짝 할 사이에 이젠 노인학이 나의 가장 깊은 관심사 중 하나가 되었다.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노인학, 혹은 노년학이란 인간의 노화 (Aging)에 대한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연구를 총칭하는 학문이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다 오래 살기는 바라면서도 늙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많다. 그래서 여러가지 질문들이 제기된다. 도대체 사람은 몇살 부터 노인라 할 수 있을까? 중세 이전 까지는 보통 50을 노인으로 보다가 르네상스 때 부터는 60 정도를 노인이라 했다는데 요즘 같은 21세기엔 80 이후를 노인으로 취급한다. 또 다른 질문도 있다. 사람이 늙어가는 데는 어떤 단계가 있고 나는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가? 1단계는 별로 건강엔 이상이 없는 초기 단계이고, 2단계는 은퇴 후 생활환경이 변하고 치매나 당뇨 등 여러가지 질병이 생겨나는 단계이고, 마지막 3번째는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임종이 가까워오는 단계라고 말한다. 이어서 다른 질문도 생겨난다. 늙어지니까 열등감이 생겨서 그런 것이지는 몰라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을 차별하는 경향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연령차별주의, 혹은 노인차별주의 ageism>은 사실 지난날 보수적 가부장주의 시대가 무너지면서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확장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노화도 일종의 병이잖아! 노인도 장애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 노인들은 거의가 다 기억력이 좋지 못하고 생각이 넓지 못해! 노인들은 인지능력이 낮아! 노인들은 늘 두려워하고 우울해 하고 고독해 하면서 자신들이 행복하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면서 살고 있어!> 그래서 나는 나에게 다시 묻게 된다.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존경 받는 노년을 맞이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나는 존경받는 모습으로 내 삶을 마감할 수 있을까?>
오늘 소개하려는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는 이 책의 첫 머리와 마지막 부분에서 키케로가 두번씩이나 강조했던 말을 가다듬어 본다. <늙어도 존경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 순간이 올 때도 존경 받는 사람으로 숨을 거두어야 한다. 그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첫째 – 숨이 끊어지는 순간이 올 때 까지 나는 자식, 가족, 이웃, 친구 등 그 누구에게도 기대하거나 의지하지 않겠다. 나는 나 혼자서,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아 가겠다! 둘째 – 숨을 거둘 때까지 나는 나 자신을 콘트럴하려고 노력하리라! 나는 마지막 까지 내 속에 도사리고 있는 교만, 탐욕, 위선, 이기심 등을 통제하려고 노력하리라! 독립심과 자아의 절제 – 이 두 가지가 존경받는 노인이 되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노년의 역사, The Long History of Old Age> – 이 책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로 부터현대 21세기에 이르기 까지 서구사회와 가정에서는 노인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해왔고 대우 (취급)해 왔던지를 역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글쓴이들은 서양사에서 노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설명함으로 1980년대 이후 <노인학>이 형성되기 까지의 배경을 이해하도록 이끌어 준다. 물론 여기에는 역사적 문헌과 문학작품 등 여러가지 자료들이 많이 동원되고 있지만 특별히 이 책은 서양미술사에서 화가들이 노인들을어떻게 그려왔는지에 촛점을 마추면서 약 230여개의 도판들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들은 이를 통하여 서양 미술사에서 노인에 대한 일반적 생각이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이 점이 나에게는 대단히 흥미로웠다.
•<개관> –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아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만 보아도 지금은 65세 이상의 노인이 전체 인구의 11.8%인데 2030년이 되면 24.3%가 되고 2050년엔 37.4%로 늘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노인은 존경의 대상인가? 아니면 귀찮은 존재인가? 노인은 지혜롭고 따라서 가치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어리석고 무가치한 존재인가?> 이 책을 기술한 7명의 저자들은서양 역사에서 시대별로 노인들이 하던 일과 그들의 건강과 재산 및 가족과 사회에서의 제반 관계 등을 살펴봄으로 사회학적 관점과 문화사적 안목에서 사람들은 늙음을 어떻게 생각해 왔고 노인들에게는 어떤 의미와 가치가 부여되어 왔던지를 기술해 주고 있다. 문화사적으로 볼 때 노인들에게는 두 가지 독특한 현상이 들어난다고 본다.
그 첫째는 <주변화 현상, Marginalization>이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노인들은 가정이나 사회, 정치나 경제, 문화나 종교 등 인간 공동체로 부터 점점 밀려나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둘째는 <세속화 현상, Secularization>이다. 이는 특히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정치적 환경의 변화와 과학과 의학의 발전, 탈기독교 현상으로 부터 촉진되었다. 노인들도 이제는 신화 보다는 합리성을 추구하고 천국 보다는 현실을 보다 더 중시하는 경향으로 기울어 지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중세와 근세 초기 판화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주로 성서를읽는 모습이 많이 그려지곤 했는데 18세기 이후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세익스피어를 비롯한 세속적 책들을 들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게 눈에 띤다.
모든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새로운 내일이 보인다. 모든 나타난 현상은 절대로 하나의 유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인이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다가 살아졌고 지금도 그렇게사라지고 있다. 나도 곧 사라질 것이고 당신도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역사란 무엇인지?> 그리고 <지난 날의 역사는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어떤 교훈을 주는지?> 생각해 보도록 이끌어 주었다. 지난날을 곰곰히 들여다 보면 지금이 보인다. 어제의 노인들을 보면 지금의 내 모습이 보여지고 내일의 모습 또한 그려진다. 유여선생이 써 준 글귀를 다시 들여다 본다. <博古通今, 박고통금!>
•<엮은이, 글 쓴이들, 옮긴이> – 이 책은 런던대학 역사학 교수인 팻 테인 Pat Thane이 처음 1장과 마지막 7장을 썼고 그가 직접 이 책을 엮었다. 2장은 맨체스터 대학 역사학교수팀 파킨 Tim Parkin, 3장은 텔아비브 대학 명예교수 슐람미스 샤하르 Shulamith Shahar, 4장은 인디아나 대학 역사학 교수 린 보텔로 Lynn Botelho, 5장은 브르클린대학 역사학 교수 데이비드 트로얀스키 David Troyansky, 6장은 텍사스대학의 토마스 콜 Thomas Cole과 클라우디아 에드워즈 Claudia Edwards가 함께 썼다. 옮긴이는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안병직 교수다. 본문과 도판에서 옮긴이의 주해는 대단히 자상하고 넓은 지식을 제공해 준다. 런던에서의 첫 발행은 2005년이었고 한국어 출판은 2012년 <글항아리>에서 나왔다.
•다음은 내가 이 <노년의 역사>를 읽으면서 밑줄을 쳐 놓았던 글에다 나의 어줍잖은 생각을 보태서 만들어 본 잡기장이요, 잡문이다. (참고 – <노년의 역사>란 책은 같은 제목으로 출간된 것도 있다. 조르루 미누아 지음, 박규현, 김소라 공역, 2010년 아모르문서)
•<역자 서문> – 1) 한 명의 아버지는 백명의 자녀를 돌볼 수 있지만 백명의 아들들은 한명의 아버지도 부양하지 못한다.(구전 속담) 2) 역사적으로 노년에 관해서는 상호 대립되고 모순된 표상들이 긍정과 부정의 형태로 교차되어 왔다. 노인은 존경과 동시에 경멸의 대상이었고 지혜와 동시에 어리석음을 상징했으며 욕망의 초월과 동시에 집착을 의미하기도 했다.
•<제 1장 노년의 시대> – 1) 옛날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일찍 죽은 것은 아니다. 그들 중에도 오래 산 사람들이 많았다. 다만 그 시절에는 유아 사망율이 워낙 높아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낮았을 뿐이다. 2) 노인들이라고 해서 항상 받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않된다. 역사상 노인들은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었다. 3) 늙어 가면 자동적으로 존경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않된다. 4) 노인이 존경을 못 받는 것은 그가 늙어서가 아니라 그의 성격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5) 지난 날 여성은 폐경이 된 후출산을 못하게 되면 그 때 부터는 늙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시대를 통털어 여성이 남성 보다는 오래 살았다.
•<제 2장 고대 그리스와 로마 세계> – 1) 인생이란 복합적이고 삶의 태도는 다양하다. 2) 평화시에는 아들이 아버지를 묻지만 전시에는 아버지가 아들을 묻는다. (헤로도토스) 3)고대 아테네에서 자녀는 도덕적으로만이 아니라 법적으로도 반드시 부모를 부양해야할 의무를 지녔다.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자는 공직에 취임할 수도 없었고 공직 취임식에서는 부모를 잘 모시겠다는 서약을 받기도 했다.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부모를 모시지 않는 사람은 사형에 처한 경우도 있었다. 솔론은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자는 시민권을 박탈하도록 했다. 4)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인생에서 고통이 없는 때는 절대로 없다. 그러나사람은 죽음으로써 마침내 그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게 된다. 사람이 늙고 죽는다는 것은 최고의 축복이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말아라. 오히려 두 팔 벌려 크게 환영하여라> 5)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노인들은 비관적이다. 그들은 불신이 강하고 악의적이다. 그들은 의심이 많고 편협하다. 노인들은 쓸데 없는 일에 관심이 많고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명예 보다는 이익을 더 추구한다. 노인들은 권위 보다 돈을 훨씬 더 좋아한다. 그들은 미래 보다는 과거에 집착하고 희망 보다는 기억에 의존한다. 과거는 길고 미래는 짧은 사람들이 노인들이다. 그들은 불쌍한 비관주의자들이다. 재치도 없고 농담도 할줄 모른다> 6) 노화란 차가워지고 건조해 지는 과정이다. 젖먹이들은 따뜻하지만 노인들은 항상 차겁다. 죽음이란 차거워지고 말라져서 가게 되는 자리이다. 그런데 노인들은 몸만 차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차거워진다. 냉함은 영혼의 활동을 멈추게 한다. 7) 세네카는 노인의 질병은 치유할 수가 없는 병이라고 보았다. 인간이 늙어가는 것은 하나님도 못 말린다. 8) 노화에 가장 좋은 음료는 포도주다. 노인들에게는 우유를 마시게 할 것이 아니라 포도주를 마시게 해야 한다. 8) 키케로의 말이다. <노년에 이르면 누구에게든 의지할려고 하지 말고 혼자서 독립하려고 힘써야 한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숨을 거두기까지 자기 자신을 다스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 3장 중세와 르네상스> – 1) 오래 살고 싶어 하면서도 늙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이 인간이다. 2) 성서의 말씀이다. <인생이란 아침에 돋는 풀과 같다. 아침에는 돋아나서 꽃이 피지만 저녁이 되면 시들고 말라진다. 인간의 년수는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지만 그 연수의 자랑이란 수고와 슬픔으로 얼룩지고 빠르게 지나가니 마치 날아가는 것과 같도다> (시편 90편) 3)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인간의 기대 수명은 40이었다. 그 때는 역병, 기근, 유아 사망률이 아주 높은 시대였다. 4) 이 시대 60이 넘은 노인들이 차지하는 최고권력의 자리는 주로 교회의 성직과 왕권이었다. 교황을 비롯한 대주교와 수도원장들은 60이 넘어서야 그 자리에 앉았고 80이 넘기 까지 죽지 않았다. 그들은 병들고 허약해 져도 은퇴가 허용되지 않았다. 근세 초기 까지 연금제도가 만들어진 자리는 오직 성직자들 뿐이었다. 5) 노인이 되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증상은 기억력의 감소이다. 그리고 기억력의 감소는 인간의 도덕적 능력을 저하 시키고 인간성을 후퇴시키는 요인이 된다. 6) 여성에게 월경이 멈추게 되면 그 나쁜 피는 여성의 체내에서 밖으로 분출되지 못하고 체내에 머물게 된다. 그러므로 폐경 이후의 여성들은 배출되지 못한 그 나쁜 피로 인하여 육체는 물론이고 그 영혼과 정신까지 깊이 병들어간다. 7) <젊은이들아, 늙어가는 사람 앞에서 너희의 젊음을 뽐내지 말아라! 지금의 그 늙은이도 너 처럼 젊은 시절이 있었다. 이제 멀지않아 곧 네 차례도 올 것이다> (교황 인노켄티우스 3세) 8) 키케로와 베르나르디노는 나쁜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은 조급함, 우울증, 무지함, 침울함, 심술, 어리석음, 그리고 무분별이라고 했다. 그러나 존 보름야드나 단테 같은 이들은 좋은 노인의 모습으로 영혼의 맑아짐, 우아하고 아름다워짐, 넓은 수용성, 조용함과 평화로움, 그리고 나무에서 잘익어 떨어지는 사과와 같다고 말했다. 9) 윌리암 브레이크는 성서에서 하느님을 <옛적 부터 항상 계신 분 Ancient of Days>으로 표현한 것은 하느님은 항상 노인으로 설명된 것이라고 보았다. 젊은 하느님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10)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로 부터 대부분의 판화들은 하느님을 노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젊은 하느님의 이미지는 하느님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11) 인간의 몸이 늙어지면 그의 영혼은 젊음으로 재생된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멀리하는 자는 몸도 영혼도 늙어지지만 하느님을 가까이 하는 사람의 몸은 그의 영혼과 함께 젊어진다. 12) 시에나 베르나르디노의 말이다. <노인네들은 늘 오래 살고 싶어했고 오래 살지 못 할까봐 걱정을 해왔는데 요즘은 오래 살게 되자 오래 사는 것이 별로 축복이 아니라고 불평을 쏟아낸다. 인간이란 오래 살고 싶어 하면서도 늙고싶어 하지는 않는 존재이다> <노인들은 이가 빠짐으로 말 수가 줄어들고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을 덜하게 된다. 시력이 약해져 잘 보지 못하게 됨으로 색욕도 퇴쇄하고 폭식과 탐욕도 줄어들게 된다. 귀가 잘 들리지 않음으로 터무니 없는 말을 덜 듣게 되고 오히려 성경을 더 자주 읽게 된다. 확실히 노인들에게 이가 빠지고 눈과 귀가 어두워지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그런데 왜 현대인들은 틀이와 임플란트, 보청기와 각종 안경을 만드는데다가 그렇게도 돈을 많이 쏟아 붙는지 모르겠다. 노년을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일까, 아님 좀 더 죄를 짓고 싶어서일까?)
•<제 4장 17세기> – 1) 17세기 유럽은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심한 사회가 되었다. 입는 것과 타고 다니는 것이 권위와 부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노인들도 눈에 띠게 늙고 초라하게 보이지 않토록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누가 늙은 여성인가? ‘늙었다’는 말을 듣고도 항의하지 않는 사람이다> (마이모니데스) 2) 17세기 가난한 사람들은 보통 40이나 50이 되면 ‘노인네’ 혹은 ‘아범’이라고 불리웠고 여성들은 폐경이 되면 흔히 ‘어멈’ 혹은 ‘노친네’라는 말로 부르곤 했다. 3) 그 시대 사람들은 여성이 폐경이 되면 사악해 지고 위험해 진다고 보았다. 그것은 생리가 끝남으로 유독한 피가 방출되지 않고 몸안에 남게 됨으로 마녀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4) 17세기 판화에선 흔히 치아가 없는 사람들은 부자로 그려졌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은 먹을 수 없는 설탕을 많이 먹음으로 일찌기 이가 썩고 빠졌기 때문이다. 5) 이 시대 가장 빨리 늙어가는 직업은 광부, 뱃사람, 공장 직공 같은 육체 노동자들이었고 반대로 가장 천천히 늙어가는 직업은 신부, 목사, 수녀들을 포함한 성직자들이었다. 6) 17세기 독일에서는 사람의 일생을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보았다. / 10대 – 어린아이 / 20대 – 청년기 / 30대 – 성년기 / 40대 – 안정기 / 50대 – 풍요기 / 60대 – 은퇴기/ 70대 – 영혼의 수련기 / 80대 – 세상의 놀림기 / 90대 – 아이들의 조롱기 / 100대 –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7) 이 시기 기독교에서는 줄기차게 노인을 존중하도록 가르쳤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들어오면 일어설지니라. 나이든 어른들은 주 하느님 처럼 공경할 지니라> (레위기 19:32) 이 시대에 그려진 판화들도 하느님께 대한 숭배와 부모에 대한 효도를 동일시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8) 17세기 인간은 혈액, 점액, 황담즘, 흑담즘 같은 4개의 체액으로 구성되어져 있다고 믿었다. 이는 일찌기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상은 흙, 물, 공기, 불 같은 4원소로 되어있다고 했던 주장과 하나를 이루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세상은 열기, 냉기, 건기, 습기로 되어 있고 자연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만들어져 있으며 인간 역시 4개의 시기인 유년, 청년, 장년, 노년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듯 모든 것을 4개로 분류하다 보니 그들은 인간을 기질, 체질, 체액, 용모로 보거나 냉정함, 다혈질, 성마름, 우울함 같은 4개의 요소로 보려는 경향이 강했다. 9) <노인이 포도주를 멀리하게 되면 그것은 죽을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포도주는 노인에게는 우유와 같은 것이다> (이탈리아 속담) 10) 우울증을 줄이고 기쁨을 더하는 방법은 음악 듣기, 모임에 나가 수다떨기, 종교적 모임에 참석하기, 그리고 제일 좋은 것은 붉은 포도주 마시기이다. 11) 의사 중 위험한 사람은 젊은 내과의사와 늙은 외과의사 임을 꼭 기억해 두어라. 그들은 공동묘지를 넓혀가는 사람들이다. 12) 삶의 모든 순간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다. 13) 늙은새는 절대로 올가미에 걸리지 않는다. 노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 <늙은 개는 쓸데 없이 짖지 않는다. 늙은 개가 없이는 사냥이란 불가능하다> (프랑스속담) 13) 부유한 늙은 여성이 가난한 젊은 여성 보다 낫다. (포르투갈 속담) 14) 늙은 여성에게는 허영이 악덕이고 늙은 남성에게는 물욕과 색욕이 악덕이다. <늙은 노인에게 젊은 여성을 혼인 시키는 것은 헌 짚단으로 새 집을 지으라는 것과 같다> 15) 17세기 이후 남성이 여성 보다 재혼율이 높은 이유는 남자들이란 근본적으로 혼자서는 살 줄을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을 벌고 사회에서는 큰 소리를 치지만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 줄은 모른다. 16) 중세시대엔 교회와 수도원이 늙은이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폈다. 종교인들에게 있어서 노인들과 빈민들을 보살피는 것은 미사나 기도나 헌금 처럼 중요한 종교적 의무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17세기 이후 부터는 이 일이 종교로 부터 서서히 국가의 책임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보다 월등하게 생활력이 높다. 17) 언제 어디서나 가난한 여성이 가난한 남성 보다 월등하게 생활력이 높다.

•<제 5장 18세기> – 1) 18세기, 이성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노인들에게 가장 두드러게 변화된 특징 중 하나는 종교에 의지하여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좀 더 행복하고 책임성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 시기에 그려진 판화들을 보면 노인들은 성경이 아니라 시와 노래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이 때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농민판이 다 나왔다. 2) 이 시기의 특징 중 또 하나는 나이든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과 종교-사회적 활동이 눈에 띠게 두드러진 것이다. 3) 프랑스 혁명 후 가정의 중요성은 크게 늘어났고 특히 노인들의 독립성도 크게 확대 되었다.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노인들을 중심한 여러가지 조직이 만들어지고 축제들이 열렸고 그 자리에서는 늘 노인들에 대한 감사와 칭송이 이어졌다. 4) 나폴레옹은 처음으로 노령연금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는 마침내 근대적 복지개념이 형성되기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이 무렵부터 싹튼 사회복지 개념은 노인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종교적 자선행위를 교회로 부터 국가-사회적 책임으로 옮겨가게 해 주었다. 5) 이 시기엔 노인의학 역시 눈에 띠게 발전되었다. 장 귤랭은 노인병의 종류를 세분화했다. 통풍, 류머티즘, 시력 약화, 하지근력의 약화, 카타르, 무기력증, 뇌졸증, 가슴앓이, 중풍, 설사, 괴혈병, 정액 및 눈물 건조증 까지 언급했다. 그는여성들의 폐경이란 여성의 몸을 새롭게 재창조하며 그들의 건강을 이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새로운 해석을 했다. 6) 과학과 의학은 인간의 노화과정을 탈신비화했다. 인간의 노화를 의료의 문제로 봄으로 탈기독교화로 이끌어내었다. 영혼은 교회가 다루더라도 몸은 어디까지나 의학이 취급해야 할 영역이라고 그 구분을 확실하게 한 것이다. 사람들은 점차 유언장에서 성모 마리아를 언급하지 않게 되었고 죽은 후 교회에다 기증하는 유산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7) 16세기 이전에는 인간이 늙어가는 문제 보다는 주로 죽음의 문제에 더 크게 방점을 찍었었는데 18세기에 들어서자 그 촛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죽음의 문제는 종교의 영역으로 넘기고 우리 살아있는 사람은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현실에다 촛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계몽주의적 사고의 전환이 바로 세속화였다. 여기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판화는 요하임 마르틴 팔베가 그린 <늙은 여성> 같은 작품이다. 화가는 이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승에 대한 두려움이나 희망 보다는 지금, 여기에 주어진 현실을 직시해 보아라> 8) 드디어 화가들은 이승의 현실을 그리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이 촛점이 되었다. 늙고 병든 몸과 하얀 머리, 가난한 농부와 초라한 자화상이 서슴없이 그려졌다. 늙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젖을 먹이는 젊은 딸의 그림 같은 ‘로마의 자비’는 이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것이었다. 9) 18세기 정치경제적 변화는 인간의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고, 생각의 변화는 그림, 음악, 건축, 종교, 도덕을 포함하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제 6장 19세기> – 1) 19세기에 들어서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변한 것은 문맹율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네덜란드는 18%, 미국은 7% 미만으로 나타난다. 문자해독률이 높아지면서 그 이전과는 달리 사람들은 성경 외에도 다양한 책들을 읽고 소유하게 되었고 교회나 수도원에 속해있던 도서관들이 공공 도서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2) 특히 이 즈음 부터는 판화에 그려지는 대상도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종전의 화가들은 왕족과 귀족들, 성직자들과 성당을 주로 화폭에 담곤 했는데 19세기엔 현저하게 농부와 노동자, 빈민들과 병약한 사람들을 포함한 서민들의 삶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밀레나 고흐는 비록 잘 팔리지도 않았고 혹독한 비난을 받았지만 그래도 농사짓는 가난한 부부와 탄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3) 역사는 흘러 눈에 띠게 발전을 더해 갔다. 생활수준은 개선되었고 의학은 눈에 띠게 발전해 나갔다. 사회는 자유와 평등, 민주와 평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새로워 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는 전반적으로 빈부의 격차와 정치적 폭력 및 차별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하나가 개선되면 다른 하나는 어두워지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전 보다 더 행복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외적인 변화가 내적인 행복감과 연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의학이 나아지고 복지가 증진되고 차별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노인들의 행복도가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참되고 진정한 행복은 의학이나 제도 같은 어느 한쪽만 좋아진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 7장 20세기> – 1)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기대수명은 급격하게 늘어났고 노령화 현상 또한 크게 늘어났다. 1991년 영국의 경우, 기대수명은 남자 76세, 여자 81세가 되었다. 소득과 생활수준의 향상, 지식과 기술의 발전, 의학과 위생의 진전은 노령자의 수를 급격하게 증가 시켰다. 그런데 다른 한편 인구의 노령화는 사회와 국가의 쇠퇴를 상징하기도 했다. 2) 노령화를 기술하는 새로운 개념이 나왔다. <제 3의 인생>이란 단어이다. 3) <노령연금 Age Pension>이 넓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1889년, 덴마크에서는 1892년, 뉴질랜드는 1898년, 오스트랄리아와 영국은 1908년, 캐나다는 1927년, 미국은1935년 부터 시행되었다. 지급 연령은 나라 마다 달라서 55세 부터 70세 사이였으나 평균으로는 65세였다. 3) 이 때 부터는 노령연금 수령자와 <노인>이라는 말은 동의어로 쓰게 되었으나 좋은 말로는 <시니어 씨티즌 Senior Citizen> 혹은 <어르신 The Elderly> 이라는 말로 부르곤 했다. 4) 자신의 존재감이 뚜렷해진 노인들은 국가적으로, 혹은 국제적으로 연대하기 시작했다. 노령학의 학문적 연구 발전과 함께 노령자들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함으로 노령연금의 인상을 요구하는 투쟁도 높아져갔다. 5) 1990년대 말부터는 연금자들이 휴식과 여행을 포함한 안락한 생활이 확장되었고 그들을 지원하는 정치인들과 정치단체가 힘을 더하게 되었다. 이때 나온 새로운 개념이 <우피족 WOOPIES, Well-Off Older People>이라는 말인데 이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자식들에게 기대지않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노인을 가르키는 말이다. 6) 2020년, 60세 이상 인구비율이 오스트랄리아 18.2%, 독일 28.3%, 스웨덴 26.5%, 영국 24%, 미국 22.5%로 증가되었다. 7) 노인병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이그나츠 내처 (오스트리아 출신 의사)는 노인들에게는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권장하고 정신적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함으로 건강이 좋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런 것은 예전 부터 노인 치료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왔었지만 내처로 인하여 이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시행되었고 이로 인하여 노인들의 만성질환은 현저히 줄어들고 노인들의 치명적 사망률도 감소되었다. 8) 20세기 후반 부터는 홀로 사는 노인의 비율이 급증했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출산율의 저하, 이혼의 증가, 지리적 이동 등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던 독신노인은 증가되었고 따라서 고독한 인생과 고독사라는 새로운 사망원인이 크게 증대 되었다. 9) 20세기에 들어서서 노인학과 그외 노인들에 대한 저술들도 크게 증가되었다. 비어트리스 웨브의 일기, 앤 타일러의 <잡동사니 행성> 앨리슨 루리의 <마지막 수단> 앤젤라 카터의 <현명한 어린아이들> 외에도 시몬 드 보부아르의 <노년 Old Age>은 아주 뛰어난 책이다. (사실 나는 이번에 이책 <노년의 역사>를 읽기 전에 시몬 드 보부아르의 <노년>을 먼저 펼쳐들었으나 그 책은 나에겐 좀 힘에 겨워 나중에 읽기로 했다)
•<맺는 말> – 노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시대를 통하여 꾸준히 변해 왔다. 그리스-로마시대 이후 중세기 까지 노년이란 주로 인간이 죽은 후에 갈 내세를 준비하는 기간으로만 생각했었다. 오늘날 우리는 노년을 행복, 건강, 평화와 같이 즐겁게 추구해 나가야 할 새로운 연령층으로 여긴다. 그러기 위해서 이미 노인이 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나는 진정으로 존경 받는 노인의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끝) *홍길복(2026.6.9)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4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