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9시간은 자고 9시에 등교 합시다.”
한국에서 중.고등 학교를 다녀 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 있습니다. 1교시전에 시작하는 보충 수업과 방과후에 있는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입니다. 9시에 시작하는 1교시 수업이 시작하기 전인 8시부터 시작되는 보충 수업과 수업이 끝난 4시 이후부터 밤 9시까지 이어지는 자율학습은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의 삶에선 피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필자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1교시전 보충 수업도 1,2 교시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보충 1교시는 7시 시작이고 보충 2교시는 8시 시작이었습니다. 학교를 가는 길은 언제나 컴컴한 새벽이었고 학교를 마치고 돌아 올 때도 컴컴한 밤이었습니다. 당시는 수능 세대도 아니였기 때문에 방과 후 보습 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여유있는 집안 아이들은 과외를 했고 평범한 학생들은 오로지 새벽부터 밤까지 학교에서 지내야 했습니다.얼마전 경기도의 학교들이 두 파로 나눠져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9시 등교’ 정책 때문입니다. 이 교육감은 강력한 추진 의지로 각급 학교에 관련 공문을 내렸고, 적극적인 협조도 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찬반 논란은 거세며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일부 학부모들이 반대 진영에서 앞장서고 있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반대하는 입장에선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정책이라며 중단을 촉구했고 학부모들은 일부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으며 그 이유로 아침 출근 시간 공백에 따른 학생 관리 문제, 교육력 감소 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교육감의 뜻은 확고합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 14일 경기도 내 각 지역 교육지원청에 2학기부터 9시 등교를 시행하라는 추진계획서를 발송했으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요청과 건강한 성장·활기찬 학습 등의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9시 등교에 대하여 반대를 하는 입장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교원단체는 오전 9시 등교 정책이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것입니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상 등교 시간은 학교장에 위임된 권한인데 교육감이 학교장에 위임된 권한을 침해했으며 이것은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는 권한남용이라는 것입니다. 학부모들의 반대의견은 도시와 버스 시간대가 다른 농촌 지역 실정과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의 처지 등을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또한 학업 성취도가 낮아서 우수학생들이 서울로 빠져 나가는 것은 어떻게 할 거냐는 의견도 있고 여기에 보수성향 학부모단체인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정책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경기지역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학통(학생통학) 분과위원회도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9시 등교’를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반대 의견에도 이 교육감은 “우리 교육은 한 번도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준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학부모들에게도 “그동안 자녀들의 요구를 과연 흔쾌히 들어준 적이 있는가?” 라고 반문을 하며 강력하게 밀고 나간다고 합니다. 9시 등교 정책에 대하여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일이 보편적인 학생 인권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고 이 정책을 통하여 건강한 수면과 여유로운 시간 활용을 통하여 학습 활동도 활기차게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이루어진 최신 수면 연구 결과를 그 증거로 내세웠습니다.
미국 청소년 및 자녀양육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월시’ 박사의 연구에서 10대들의 뇌가 최상의 효율성을 발휘하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매일 9시간~9시간 30분 정도의 수면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그 이유는 10대들의 ‘독특한’ 뇌 작동 시스템 때문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아이들은 10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수면 및 기상 주기가 변화하는데 이에 따라 일종의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방출 시간과 시간대별 멜라토닌 방출 수준이 달라지도록 뇌 작용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10대들의 뇌는 자신만의 특별한 모습을 취하게 되며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이 피곤을 느끼는 밤 11시나 12시에 10대들은 말똥말똥해진다고 합니다. 대신 일반인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오전 8시에 10대들은 녹초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10대들에게 맞는 충분한 수면 시간과 기상 시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월시 박사가 쓴 책 <10대들의 사생활>에 보면 10대 청소년 수면 연구에 기초해 1교시 시간을 바꾸는 결단을 단행한 몇 학교가 있었고 이 학교 학생들의 성적 추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1교시 시간 변경 정책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학생과 교사가 모두 행복해졌으며, 교실에서 조는 학생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월시 박사는 10대 청소년들의 수업을 이른 저녁에 하는 것이 어쩌면 더 생산적일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답니다. 월시 박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8시에 등교하던 아이들의 상태는 몸은 깨어 있으나 뇌는 잠자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수면 패턴은 각자의 습관이나 가정의 생활의 패턴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9시 등교 자체가 학생들에게 충분한 양의 수면과 적절한 수면 시간과 기상 시간을 완벽하게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8시나 그 이전에 수업을 시작하는 교실에선 대다수 학생들이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잠을 자는 한국의 자연스러운 교실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9시 등교 정책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 교육감은 일찍 등교하는 학생을 위해 현재 추진중인 도서관과 교실을 활용한 독서활동, 음악감상, 아침운동 등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9시 등교 정책의 취지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며 학생들에게 아침 수업 전 프로그램 참여를 강제로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9시 등교 정책 논란은 경기교육청과 경기도 학부모만의 일로 끝나지 않고 전라북도 교육청과 충청북도 교육청, 제주도 교육청 등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 6·4 교육감선거 당시 김승환 교육감은 ‘아침이 행복한 학교’ 공약을 내걸었으며 현재 학생의 건강권과 수면권, 밥상머리 교육 등을 위해 등교 시간 늦추기를 적극 추진중이고 충북과 제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북교육청은 이미 0교시 보충수업 폐지 및 조기 등교 금지를 결정했고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이라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한 이석문 제주교육감도 학교 일과 시작 시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또 박승배 전 전라북도 교육감출범위원회 위원장(전주교대 교수)은 9시 등교 논란과 관련하여 학력 우려를 표시하는 이들에게 부모와의 식사시간과 빈도가 학습에 영향이 있다는 미국 연구 결과를 내세우며 더 자주, 오랜 시간 동안 부모와 밥을 먹은 학생들의 학습 능률이 오른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학생들과 부모 그리고 교사의 의견도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9시 등교를 환영하는 학생들은 아침에 여유있게 등교할 수 있다 (88.9%) 학습 효율이 더 높아진다 (31.3%) 이고 학부모는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다 (69.9%) 자녀가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 (50.7%) 이며 교사는 학생들이 좀 더 여유있게 생활할 수 있다 (87.0%) 학습 효율이 더 높아질 것 같다 (32.9%) 였습니다. 반대하는 입장에선 학생은 하교 시간이 늦어진다 (72.5%)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다 (36.9%) 이고 학부모는 하교 시간이 늦어진다 (45.6%) 맞벌이 가정인데 아침 시간이 애매하다 (41.0%) 이며 교사는 하교 시간이 늦어진다 (46.2%) 정책이 독단적이다 (38.4%) 였습니다. 특별히, 기독교 교사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18∼25일 전국 초중고 학생(2250명), 학부모(1000명), 교사(1131명)를 대상으로 9시 등교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 73.9%, 학부모 56.4%, 교사 61.2%가 찬성했다고 합니다.
흔히 학생과 학부모, 교원을 교육의 3주체로 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입니다. 9시 등교라는 역사상 유래없는 정책의 목적이 누구를 위한 일인지 분석하고 판단할 때 가장 중시되어야 할 것은 당연히 학생입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의견일 것입니다.
배움은 교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배움이란 삶의 모든 영역과 환경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온 종일 교실에서만 배워야 하는 시스템 보다는 식탁에서와 교실 밖에서도 배울 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더욱 건강한 미래를 꿈꾸며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특별한 활동이 없을 땐, 매일 아침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9시까지 등교하는 이곳의 아이들을 보며 다시 한 번 감사를 느낌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한 마디 남깁니다.
“얘들아! 아침 밥 잘 챙겨 먹고 학교가라. 아니면 목사님처럼 된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시편 127: 2)
임기호 목사는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메시지 컬리지'(예배음악과) 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messageschool.org
문의: 0414-228-660 messageschool7@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