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오늘
1903년 11월 18일, 미국과 파나마가 파나마 운하의 건설과 운영에 관한 ‘헤이-뷔노 바리야 조약’ (Hay-Bunau Varilla Treaty) 체결
‘헤이-뷔노-바리야 조약’ (Hay–Bunau-Varilla Treaty)은 파나마 운하를 개설하기 위해 1903년 11월 18일에 미국과 파나마사이에 체결된 조약이다.
○ 헤이–뷔노 바리야 조약 (Hay-Bunau Varilla Treaty)
헤이-뷔노 바리야 조약 (Hay-Bunau Varilla Treaty)은 미국과 파나마 사이에 1903년 11월 18일 체결된 협정으로 이 조약은 미국이 신생공화국 파나마에 금전적 보상과 보호 보장을 하고, 파나마는 그 대가로 미국에 파나마 지협(地峽)을 가로지르는 운하의 독점적 건설권을 부여할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은 1903년 1월 22일에 체결된 헤이-에란 조약 (Hay Herrán Treaty)에서 당시 파나마를 지배하고 있던 콜롬비아에 비슷한 조건을 제공했지만,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콜롬비아 정부는 자국의 주권 침해라는 이유로 이 조약의 비준을 거부했었다.
미국 정부의 묵인과 인근 해역에서 미국 해군의 우호적인 시위하에 파나마는 그해 11월 3일 콜롬비아로부터의 독립을 선포했고, 3일 후에 미국은 사실상 독립을 승인했다.
이어 11월 18일 워싱턴에서 파나마 대표 필리프 뷔노 바리야와 미국 국무장관 존 M. 헤이는 지협을 횡단하는 너비 16km의 운하 건설 부지를 미국에 영구적으로 양도하는 것을 골자로한 조약을 체결한다.
○ 파나마 운하 (Panama Canal)
파나마 운하 (Panama Canal)는 파나마 지협을 가로질러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길이 82킬로미터의 운하이다.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의 중앙에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80km 정도 길이의 파나마 운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좁은 파나마 지협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 교역량의 약 6% 정도를 감당하며 세계 무역과 운송에 큰 공헌을 해 오고 있는 파나마 운하는 1914년 개통 이래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출국과 수입국 또는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거리, 시간 그리고 비용을 크게 절감시켰으며, 160여개 국가에서 1,700항, 144개 해상 항로를 연결하는 지름길로서 명실상부 세계 운송물류 서비스의 중심지로 자리를 잡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일찍이 16세기 초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다. 유럽인으로 태평양을 최초로 발견한 스페인 출신 탐험가 바스코 발보아는 1513년 최초로 파나마 지협을 통과하는 연결 항로에 대한 구상을 하였으며, 1534년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 통치 시절 카를로스 5세는 파나마 지역 총독에게 강을 따라 태평양으로 가는 뱃길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라고 명령하였다. 하지만, 당시 파나마로부터의 답변은 누구라도 그러한 위업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본격적인 수로 건설 시도는 1880년 프랑스인들에 의해 시작되었으나, 재정 문제와 황열병, 말라리아 등 열대성 질병들로 인해 실현되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약 20여년이 지난 20세기 초 대서양과 태평양 두 대양을 연결하는 해양 채널의 중요성을 강조한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은 1903년 콜롬비아로부터 파나마 독립을 지원하고 파나마 운하 지역에 대한 조차권을 인정하는 헤이-뷔노 바리야 조약을 체결하였다.
파나마 운하는 1914년 8월 15일에 완공되었으며, 1999년 운하 소유권이 미국 정부에서 파나마 정부로 이전되었다.
파나마 국토는 누운 S자 모양으로, 운하의 북서쪽이 대서양, 남동쪽이 태평양이다.
정확하게는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갈 때는 북북서쪽으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갈 때는 남남동쪽으로 간다.
파나마 운하는 그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수요가 많다.
2006년에는 파나마 운하 확장 계획이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으며, 2016년 6월 26일에 확장공사가 완료되었다.
○ 파나마 운하 완성과 현재
1904년 5월에 시작한 운하 건설은 총 건설비 3억7천5백만불에 5만6천명이 투입된 대규모 공사였으며, 공사 기간도 10년이나 걸렸다. 황열병과 말라리아 등으로 공사 도중 2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마침내 1914년 8월 15일에 Ancon호가 첫 통과를 하며 파나마 운하는 공식적으로 개통을 하였다.
미국에 의해 운영되던 파나마 운하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파나마와 미국 간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운하의 권리를 미국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파나마 국민들의 불만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1964년 1월에는 반미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등 운하 권리에 대한 파나마 국민들의 열망은 점차 거세졌다. 마침내 1977년 9월 7일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오마르 토리호스 파나마 장군은 ‘토리호스-카터 조약’을 체결하고 1999년 12월 31일에 운하의 운영권은 파나마로 이양되었다.
총 80km 정도의 길이로 여러 개의 수로와 갑문(Lock)으로 이루어진 운하는 20세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불린다. 파나마 운하 지역은 산악지대이며, 암반이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선박은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에 있는 해수면보다 수위가 약 26m 높은 꼬르디예라 센뜨랄 산맥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파나마 운하의 복합 갑문 시스템이다. 파나마 운하로 들어온 선박은 여러 개의 갑문실을 거치면서 차오르는 물을 통해 해발 약 26m 까지 올라간다. 이후 선박은 꼬르떼 꿀레브라 구간과 가뚠 호수를 지나고 반대편 지협에서 다시 여러 개의 갑문실을 거쳐 해수면까지 내려간다. 각 갑문실 내에서 선박이 오르내리는데 사용되는 물은, 중력에 의해 운하 중간에 위치한 가뚠 호수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이렇게 운하를 통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10시간이다.
2000년대 들어 운하 수요가 지속 커지면서 파나마 정부는 제3갑문 신규 건설, 수로 준설·확장 및 수심 확장 등 운하 확장 공사 계획을 세우고 2007년에 운하 개통 100주년인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파업과 건설 시공사와의 26.9억불 상당의 초과공사비 분쟁 등으로 인해 실제로는 2년이 지연된 2016년 6월에서야 완공되었다. 확장 운하 개통으로 기존의 20피트 컨테이너 5,000개를 적재한 파나막스 (Panamax, 32m * 294m 길이)급 선박에서 최대 13,200개를 적재한 네오파나막스 (Neopanamax, 49m * 366m 길이)급 선박의 통행이 가능해 짐에 따라 확장 전에는 통항이 불가능했던 LNG선도 통항이 가능하게 되었다. 확장 운하 개통 이래 2019.8월까지 6,900척 이상의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이 운하를 통과하였으며, 2019 회계연도 (2018.10 ~ 2019.9)에는 컨테이너선, 자동차 운반선, LNG/LPG선, 여객선 등 총 4.69억톤의 물동량이 파나마 운하를 통항하였다.
파나마 운하의 최대 이용국가 1, 2위는 미국과 중국이다. 우리나라도 매년 6~8위 사이를 차지하는 주요 이용 국가이다. 확장 운하 개통으로 미국 동부 해안과 동북아시아를 연결하는 항로를 이용하는 수출주도형 국가들은 시간과 거리, 비용 절감의 수혜를 보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 해안까지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면 남아메리카 칠레의 케이프혼을 지나서 가는 항로보다 보름 정도, 약 7,500km나 단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파나마 운하는 그 지리적 이점으로 파나마를 역내 해상 물류·항만 허브로서 위상을 구축하게끔 해주었을 뿐 아니라, 국가의 주요 수입원으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선박 통행료와 관광 수입 등을 통한 운하 전체 소득은 파나마 GDP의 약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8년 한해 동안 13,785척의 선박이 통항하며 17억불을 국고에 기여하였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파나마는 정부 내 운하부와 운영을 총괄하는 운하청(ACP)을 두고 있다. 현 Aristides Royo 운하부 장관은 과거 대통령까지 지낸 고위 인사이다. 그 만큼 파나마에게 운하의 중요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이점으로 파나마 운하가 국가 경제에 확실한 수입원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위기도 직면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 당시 근로자들의 파업과 건설업체와 파나마 정부간 초과공사비로 인한 분쟁 등으로 2년이나 공사가 지연되었으며, 현재에도 분쟁은 계속 진행 중이다.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에 따른 추가적인 수자원 확보도 중요한 과제이다. 선박의 운하 통항 시 인위적으로 갑문의 수위를 조절해야 하므로 풍부한 수자원 공급이 요구된다. 운하 운영에 사용되는 가툰 호수는 지역 농업용수와 식수공급에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수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수립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한 강수량 감소로 운하의 수위가 줄어들고 있어 사회경제적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파나마는 주요 발전 에너지원으로 수력이 65%나 차지하기 때문에 물 부족 현상은 전력 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더불어, 160종 이상의 토착 포유류가 파나마 운하 유역이 있는 물과 서식지를 원천으로 생존하고 있기 때문에 물의 양과 질을 영구적으로 관리하면서 수자원을 보호하는 것도 파나마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미주개발은행 (IDB)는 2019.3월 ‘파나마 경제: 성장 공고화를 위한 과제’ 제하 보고서를 발간하며 파나마가 물류 거점으로서의 강점이 큰 반면에, 약점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수자원 관리를 꼽았다. 파나마에게 수자원이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과도 같다.
대외적으로는 파나마 운하 이용 1, 2위 국가인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해 지면서 세계 교역 (물류)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어 파나마 운하에 어떤 잠재적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와 미국 동부를 연결하는 해상 운송은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경로가 최적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과의 교역 불안정성은 운하를 통과하는 물동량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또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 등 보호무역론적 성향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카 대륙의 중심부에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의 지리적 이점은 여전하다. 세계 교역의 무게중심이 지구촌 최대의 소비 시장인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고, 중동의 정세 불안정 등으로 인해 보다 안전한 태평양과 대서양을 통과하는 파나마 운하의 이용율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으로 LNG선 등 네오파나막스 (Neopanamax)급 선박의 통과가 가능해지면서 통항료 수입, 물동량, 선박수가 모두 증가 추세에 있다. 또한, 파나마 운하를 찾는 관광객을 비롯하여 인근 카리브해 등 크루즈 관광객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파나마 운하의 이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의 탐험가 바스코 발보아의 상상이 500년이 지난 지금 생생하게 실현되어 세계 교역의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참고 = 위키백과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