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63)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제10장 한국에 정책과 유학 리서치가 전무하다 – 후기
밖에 나오는 국제교육담당자들
사실 한국의 유학정책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유학을 엄격하게 금지하다가 지금은 자유화로 전환했다는 것 외에 없다. 과거에는 남의 나라 돈으로 유학을 보냈으니 우리의 필요에 맞는 유학정책이 있기도 어려웠다. 자비유학으로 바뀌어 그 많은 인재와 돈이 밖으로 나가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면 뭔가 크게 잘못되어 있음이 틀림없다.
앞서 말한 유학생에 대한 사전 준비교육 프로그램의 부재도 리서치 부재와 직결된다.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사전에 무슨 교육을 시킬 것인가를 알 수가 없다. 유학생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상대국 정부나 학교 당국과 협의를 하는 메커니즘이 전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역시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니 저쪽에 감히 무슨 건의를 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없다.
이는 공급국인 영미 학교 마케팅 담당자나 그 나라 주한대사관 교육담당관이 상대국에 대하여 리서치 결과 나온 자료와 전략을 가지고 우리측에 일관되게 접근, 시장공략을 하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선진국에서는 국제교육연구 또는 국제교육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유학생들의 문제에 대한 조사·연구를 많이 해놓았다. 그 중 일부는 외국 사회와 외국 교육에 대한 유학생들의 적응과정 등 유학생 송출 국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은 서비스 수요자보다 공급자측 필요에 더 맞게 되어 있어 참고는 되지만 우리가 그대로 쓸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유학 유치 대상국별 자국의 경쟁력 분석, 상대국 경제와 시장 동향연구는 그런 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이런 유학 정책 부재와 방임에 대하여 우리 정부, 교육계, 대학들은 걱정을 안 한다는 점이다. 요즘 국제화를 내건 한국의 대학들도 해외 대학들과의 학술교류 및 협력을 위한 교환교수, 교환학생, 학점 상호인정, 공동연구, 자매결연, 합작투자 등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학총장, 국제교육협력 담당관과 교수들의 해외 방문이 늘고 있지만 현지에서 유학생들이 겪는 그 많은 문제나 우리의 유학정책과 관련 알아봐야 할 만한 사항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학교의 홍보를 겨냥한 협력 프로젝트나 가져와 상대국의 대학총장과 교육계 인사들을 만나 후한 저녁 대접 등 겉 치례에 지나지 않는 의전 행사만을 마치고 돌아간다. 얼마 전 시드니를 방문한 국회 교육분과위원들도 교포들을 모여 놓고 고국은 잘되고 있다는 이야기나 하고 떠났다.
그 많은 대학생들이 해외로 나가고, 또 그와 함께 귀한 외화가 지출되고 있다면, 적어도 국제교육협력을 말하는 교육 공무원과 대학의 책임자들은 유학 소비자로서 우리나라의 필요는 무엇이며, 그런 필요가 만족스럽게 충족되고 있으며, 문화협력과 상호 이해증진과 선진국 지식의 도입이라는 유학의 원래의 목적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봐야 할 텐데 그런 기미를 현지에서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여기서는 누군가가 해야 할 몇 가지 연구과제가 될 만한 것들을 들어보고자 한다. 필자는 지금 이 분야 깊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어서 그런 과제들을 광범하고 책임 있게 내놓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현지 경험을 중심으로나마 써보는 이유는 이 분야 리서치를 자극하기 위하여서다. 실은 이 책에서 다룬 국제교육 관련 이슈들이 모두 체계적 리서치의 대상이 되며, 국제교육분야 학위과정, 이론 개발, 정책 수립 목적을 위한 풍부한 리서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해준다고 생각한다. 아래 첫 두 가지는 연구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기본자료 수집을 위한 조사에 속한다.
(1) 석·박사를 하고 돌아와 현직에 자리 잡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분야별, 년도별, 전공 및 학위별로 정리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 유학을 마친 인적 자원에 대한 자료인데, 거기에는 현재 유학 중이며 앞으로 돌아올 인력도 포함되어야 하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그런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이다.
그러나 재단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는 제한적인 것으로 안다. 재단은 자료수집을 본인의 자발적인 보고에만 의지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두 차례에 걸쳐 해외에서 학위를 마쳤지만 어느 누구로부터도 편지나 전화 등의 접근이 전혀 없었고, 등록을 권하는 광고도 보지 못했다. 필자가 1989-91년 잠깐 한국에 나가 일을 하고 있을 때 미국문화원이 어떻게 알고 편지로 접근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외유학 인력 데이터 수집도 능동적인 방법을 동원, 좀 더 체계적이며 신뢰성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재단이든 새로운 기관이든 이런 데이터를 수집, 보관하는 주체는 해외유학 인력의 공급 사정과 함께 수요측에 대한 조사. 연구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런 리서치 없이 유학 인력의 과잉이라든가 불균형이란 결론을 내릴 수도 없지만, 그 경우에도 그게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서 정도인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2) 학생과 학부모들이 필요로 하는 유학 관련 정보와 자문 서비스를 찾아 주로 유학원으로 향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도 문제다. 이미 지적한대로 영세 기업으로서 살아남기에 급급한 유학원들이 안내와 자문 업무를 공정하게 할 수도 없고, 그에 앞서 필요한 리서치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 주관의 기구가 그런 목적을 위하여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자료를 담은 간행물을 정기(반기별. 매년 1회 등)적으로 내놓고 자문에도 응하는 일을 한다면 지금의 상황과는 비교가 안 되는 도움을 학생들에게 주고 국가의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런 자료에는 해외 국가별, 대학별, 주요 학과별로 바뀌는 추세도 알려주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국제교육 리서치 임무를 일부 맡고 있는 준 정부 단체로의 예로는 미국의 [국제교육원/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 뉴욕], 호주의 [IDP Australia /캔버라에 본부를 두고 각 주에 지부가 있는 전국적 조직/제3장 학비 비교]를 들 수 있다. 한국에도 각 산업계에는 정보 제공을 담당하는 전문 간행물이 있는 게 보통이지만 유학 분야에는 유독 그런 게 없다.
영국의 [The Times]와 호주의 [The Australian]은 매주 9-15면의 [Higher Education supplement/대학교육 특집]을 내고 있다. 여기에는 리서치를 인용한 국제교육분야 연구 보도와 건의가 빠지지 않는다. 대학 숫자가 호주보다 거의 10배에 가까운 한국에서 그런 정기 특집을 발간하는 신문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면 고등교육 과련 리서치와 심층보도가 얼마나 등한이 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3) 유학을 받는 영미국가들은 이들 서로간의 경쟁력 연구(교육의 질, 등록금, 환률 변동에 따른 비용, 유학 후 고국과 현지와 제3국 취업 전망 등을 고려해서 하는 비교) 못지 않게 과거 유학을 많이 보내던 나라들이 쏟는 교육환경 개선과 ‘유학의 자국화’ 노력을 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영어를 공용어로 쓰면서도 영미지역으로 유학을 많이 보내던 아세안 국가들을 점점 경쟁자로 보는 편이다.
한국도 앞으로 유학 송출은 줄이고 수(受)유학국으로의 변신을 위한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므로 이 분야 리서치가 시급하다. 선진국 대학 학위면 무조건 국내에서 우대 받는 추세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영어로 쓰는 것 말고는 국내에 자료가 더 많아 굳이 해외로 나가 연구할 필요가 없는 분야도 적지 않다. 과거 한국인이 미국에서 가 한 비교언어학, 국제정치학, 경제학, 교육학 등 분야 박사논문 가운데는 얻기 어려운 자료를 들고나가 영어로 잘 옮겨 주고만 온 것 같은 것들도 많았다. 이런 이슈도 현안 연구과제다.
교육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 대학의 국내 진출에 대비 이 분야 국제협력 모델에 대한 연구도 시급하다.
(4) 유학 후 돌아온 인력의 국내 재적응과 실태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다. 유학은 지식과 기술의 전수만을 목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해외 거주 중 그 나라의 문화와 가치를 습득할 목적도 중요하다. 영미지역과 한국간에 놓인 사회 환경과 문화적 차이를 고려할 때, 5-6년간의 외국생활 후 돌아온 이들 유학생들의 행태적 변화와 이게 한국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필자는 귀국 후 사회 고위직에 앉게 된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행태는 대부분 유학 전 한국인으로 돌아갔다는 가정을 하게 된다. 그러지 않고 나가서 배운 서구적 가치와 행태를 고집하는 한, 국내에서의 적응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