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무 목사의 주일묵상
오늘의 노래
오늘, 하늘의 보화를 사모하게 하소서!
탐욕의 무게로 달아지는
황금 세월의 찬란함도 허무할지니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마6:19)
주님께서 일갈하신 말씀이 심금을 울립니다.
시선이 오직 하늘의 보좌에 머물 때
썩지 않고 녹슬지 않는 영원한 재산이 쌓여,
육신의 장막은 낡아 허물어지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신령함을 따라
오늘도 거룩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마5:13)
오늘, 은혜로 맛을 내어 화목하게 하시고
세상의 부패를 막고
맛있는 소금의 직분으로 살게 하실 때,
혀의 권세로 생명과 사망을 빚어내는 입술이
짜디짠 진실과 달콤한 사랑으로 조화를 이루게 하소서.
세상 속에서 구별된 향기를 발하는
증인의 삶이 되게 하시고,
맛을 잃으면 버려지는 엄중함을 기억하게 하사,
오늘도 복된 기회의 시간으로
황금과 소금을 품고 살아낼 지금의 찰나여.
“보라 지금은 은혜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 (고후6:2)
과거는 이미 흘러갔고
미래는 오직 주님께 속했으니
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라.
주여! 오늘, 주어진 기회를 붙들고
가치 있는 최선의 삶을 살게 인도하시고,
미루지 않는 순종으로
사랑을 완성해 가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영원과 맞닿은 이 순간,
거룩한 그날이 바로 오늘이 되게 하옵소서!
교회의 침묵은 죄악
도시의 밤이 깊어질수록 세상의 고통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뉴스 화면에는 전쟁과 기근이 흐르고, 거리에는 집을 잃은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경제는 성장한다고 말하지만, 어떤 이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고, 화려한 도시의 불빛 아래에는 외로움과 절망이 쌓여 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자비한 권력에 짓밟혀 핍박당하며 신음하고 있을 때, 교회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교회가 세상의 고통 앞에서 침묵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무관심을 넘어 하나의 죄가 될 수 있다.
성경은 교회를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말한다. 빛은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추기 위해 존재하고, 소금은 부패를 막기 위해 녹아든다. 다시 말해 교회는 세상으로 들어가 고통을 밝히고, 무너지는 가치와 정의를 붙들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교회는 때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안전한 울타리 안에 머무르려 한다. 신앙은 개인의 위안이 되고, 교회는 종교적 공간으로만 축소될 위험에 놓인다.
성경은 또 하나의 중요한 비유를 사용한다. 바로 파수꾼이다. 성벽 위에 서 있는 파수꾼은 적이 다가오는 것을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다. 그가 침묵하면 도시는 준비하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만다. 그러므로 파수꾼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깨어 있는 것과 경고의 나팔을 부는 것이다. 교회 역시 이 시대의 파수꾼이다. 불의와 탐욕, 거짓과 분열이 사회를 무너뜨릴 때 그것을 먼저 보고 외쳐야 할 책임이 있다. 침묵하는 파수꾼은 직무를 버린 것과 다르지 않다.
역사를 돌아보면, 세상이 가장 어두웠던 순간마다 깨어 있는 신앙인들이 있었다. 노예제와 인종차별에 맞서 싸운 이들도, 전쟁과 폭력 속에서 평화를 외친 이들도 대부분 신앙적 양심에서 출발했다. 그들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 속에서 빛이 되려 했다. 그래서 사회는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양심을 다시 발견했다.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때 세상은 비로소 희망의 작은 불씨를 보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교회가 침묵할 때 세상은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질 수 있다. 교회가 불의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불의는 더 대담해지고, 교회가 고통받는 이웃을 외면하면 그들의 절망은 더 커진다. 세상은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는 정의를 말해야 하고, 누군가는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 교회가 바로 그 자리에서 빛과 소금, 그리고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물론 교회의 역할은 단순히 세상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과 책임으로 세상을 섬기는 일이다. 굶주린 이에게 빵을 나누고, 외로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절망 속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말하는 것, 이것이 교회가 세상 속에서 살아 있는 신앙을 보여 주는 길이다. 말뿐인 신앙은 쉽게 잊히지만, 행동하는 사랑은 오래 기억된다.
오늘 우리의 시대 역시 조용하지만 깊은 위기를 지나고 있다. 물질의 풍요 속에서도 인간의 마음은 점점 메말라 가고, 사회는 점점 더 분열되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교회는 더욱 깨어 있어야 한다. 세상과 등을 지는 종교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등불을 드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만약 교회가 세상의 고통 앞에서 계속 침묵한다면, 교회는 빛을 잃은 등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다시 파수꾼의 자리로 돌아가 정의와 사랑의 나팔을 불기 시작한다면, 세상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둠이 깊을수록 작은 빛 하나가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는 교회에게 묻고 있다. 너희는 무엇을 위해 사람을 모으고 깨우치려는가. 이 세상을 깨끗하고 밝게 하고 싶은 생각은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 교회가 다시 세상의 빛과 소금, 그리고 깨어 있는 파수꾼으로 서는 날, 우리의 사회와 국가는 조금 더 따뜻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한상무 목사
(시드니생명나눔교회, smhan2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