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잡기장 – 호모 에코노미쿠스 & 호모 심비우스

호모 에코노미쿠수 & 호모 심비우스 (Homo Economicus & Homo Symbious)
인간이란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아주 복잡한 존재다. 나도 인간이다. 그래서 나 역시도 매우 복잡한 사람이다. 나를 포함하여 인간이란 쉽게 한두 마디로 정의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존재다. 그래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는 말도 많다.
호모 에코노미쿠스 (homo economicus)도 인간을 보는 수 많은 견해 중 하나이다. 인간을 경제적 존재로 보는 토대는 그 유명한 아담 스미스로 부터 출발 되었다. 그는 그의 <국부론>에서 인간은 이기적 존재요, 인간의 이기심은 개인의 탐욕을 넘어서서 국가와 시장경제의 토대가 된다고 보았다. 그 후 존 스튜어트 밀 (John S. Mill)은 인간이란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려는 경제적 존재로 이해했다. 그러나 이 <호모 에코노미쿠스> 개념이 보다 폭넓게 쓰이게 된 것은 19세기 이후, 나 같은 비전공자들은 잘 모르는 여러 경제학자들에 의해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물론 인간이란 합리적 계산을 통하여 최소의 시간과 최소의 노력과 가장 작은 자본을 투입하여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려는 존재인 것은 맞다. 인간은 본성 (nature, instinct)상 경제적 동물이다. 그러나 요즘 뇌과학자들은 인간이 자기 중심적이고 자신의 사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이를 추구하려는 성향은 인간의 뇌세포가 그렇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럴 경우 인간이 경제적 이득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존재가 된 것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지극히 상식적 행동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뇌세포가 잘 돌아가는 사람들, 똑똑한 사람들은 경제적 동물이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비경제적 존재가 된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더군다나 요즘 같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서서 정치 뿐만이 아니라 예술과 도덕과 종교 까지도 물질제일주의를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당연히 인간을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이해하는데 별 이견이 없게 되었다. 맞다.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멈추어 서서 다시 한번 더 생각을 다듬어 본다. 정말 인간은 이기적 존재요, 자기 배만 채우려고 하는 동물이요, 그것을 합리화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이기만 한가? 우리가 이렇듯 대부분의 인간을 경제적 존재로 본다고 해서 모든 인간이, 예외없이 항상, 어디서나, 이기적이고 물질적 이해만 따라서 행동하는 것 만은 아니지 않는가? 뇌세포의 영향 아래에 있는 <호모 에코노미쿠수>는 지극히 합리적이다. 똑똑하고 지혜롭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도 <호모 사피엔스>다. 그러므로 인간이 진정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생각하는 존재라면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단계를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정말 똑똑하고 지혜로운 인간은 지금 자신의 눈 앞에서 펼치어지는 물질적 이해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법이다. 개인의 물질적 욕구를 넘어서는 공동체를 향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그에 따라 오는 역사 앞에서의 평가와 사회적 존경과 명예 역시 또 다른 차원의, 더 높은 선함과 이익을 창출한다는 점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진정한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돈 밖에는 모르고 자기 배만 채우려는> 물질 지상주의자를 넘어 설 때에 가능해 진다. <호모 에코노미쿠수>도 <호모 사피엔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호모 에코노미쿠스>도 포함되는 <호모 사피엔스>로써, 진정으로 생각할 줄 아는 인간, 합리적 인간, 지혜로운 인간이란 어떤 인간일까?
<호모 심비우스, homo symbious>다. 이 개념은 <더불어 함께 사는 인간>을 뜻하는 말이다. <공생하는 인간>이라는 의미를 지닌 <호모 심비우스>는 내 이익만 이루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우리 인간 공동체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 까지도 포함하여 온 우주가 더불어 함께 공생하자는 의미를 지닌 개념이다. 이 개념을 학문적으로 처음 쓰기 시작한 분은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최재천 박사로 알려져 있다. 그 분은 이 개념을 하버드대학의 캐슬린 콜먼 (Kathleen M. Coleman) 교수의 도움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최재천 교수는 하버드에서 학위를 마친 후 약 10여년간 중남미 열대지방을 두루 다니면서 동물의 생태를 연구한 생태학자이다. 그는 귀국후 서울대와 이화여대에서 가르치면서 자연과학자이지만 인문학 분야에 깊이 관심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학문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이는 2003년 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신세기 문명 포럼>에서 <호모 심비우스 : 21세기의 새로운 인간상, Homo symbious : A New Image of Man in the 21st Century> 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함으로 이 개념을 처음으로 학명화 (學名化)했다. 그 후 그는 <호모 심비우스 – 이기적 인간은 살아 남을 수 있는가, 이음 출판사, 2011. 12.>를 출판했다. 거듭 말하지만 그가 사용한 이 <호모 심비우스> 개념은 단순히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공존만 다룬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생공사하는 것을 다룬 개념이다.
그러나 사실 최교수의 <호모 심비우스> 이전에 이 이름으로 출판된 다른 책이 있다. 2017년 4월, <시드니 인문학교실>이 출발된지 얼마 않되었을 무렵 우리 교실을 찿아와 특강을 하셨던 구미정 교수는 숭실대에서 기독교윤리학을 가르치던 분으로써 이미 2009년 8월에 북코리아를 통하여 <호모 심비우스>라는 단행본 책을 출판했었다. 구교수는 이 책에서 그가 이전 부터 꾸준히 연구해 왔던 여성생태주의 (Eco-feminism)의 기초 위에서 자연과 인간,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함하는 폭넓은 인간의 소통과 연결, 공존과 연대를 <호모 심비우스>라 이름하였다. 특히 그이는 지난 날 <호모 사피엔스>로써의 인간이란 자신의 소유와 지배욕에 포로가 되어서 살아온 인간들이며 따라서 이는 오직 사람 중심, 남자 중심, 문명중심이었다고 규정하면서 이제 부터는 새로운 인간형으로써 <호모 심비우스>를 통하여 나와 너, 남자와 여자를 포함하여 인간과 자연계 까지를 모두 통전하는 공생, 공존, 나눔, 보살핌, 용서, 치유, 희생, 봉사의 인간을 만들어 갈 것을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이쯤해서 나는 지난날 아담 스미스 (Adam Smith)나 제레미 벤담 (Jeremy Bentham), 윌리암 제번스 (William S. Jevons)나 프로이트 (Sigmund Freud) 등등 서구의 여러 주류 학자들이 인간을 보아왔던 <호모 시피엔스> <호모 에코노미쿠스> <호모 데시데리움, homo desiderium> <이기적 인간> <탐욕적 인간> <자기 중심적 인간> 등등의 인간이해가 지닌 모순과 한계를 넘어서서 이를 극복해 내려고 노력해 온 최재천 교수나 구미정 교수가 참으로 자랑스럽다. 나는 늘 학문적으로 뒤쳐져 있다고 생각해 왔던 우리 한국 학계와 사회에서 이렇듯 새롭고 창조적인 시각으로 인간을 재조명 해 보려고 몸부림 쳐온 작은 날개짓들에 대하여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지난 2,30년 사이, 세계 곳곳에서는 지구의 온난화로 인하여 수많은 자연재난들이 연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히말라야와 네팔과 티베트에서 빙하가 녹아내림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모숨을 잃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또 얼마나 더 크고 무서운 자연재난들이 일어날지 두렵기만하다. 정말 무섭다. 자연재난 때문 만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과 무지가 참 무섭다. <호모 에코노마쿠스>를 조절, 극복하고 <호모 심비우스>를 통하여 진정으로 너와 나,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호모 사피엔스>가 되어야 할 텐데… 생각하면서 마음의 옷깃을 여미어 본다. (*) 홍길복 (2026. 9. 7)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4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