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적소개
가면 뒤에 숨은 나 : 내면의 그림자와 영적 성숙
박만경 / 퍼플 / 2026.8.10
– 『가면 뒤에 숨은 나』 독자를 위한 소개 글
우리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직장에서는 유능한 전문가의 얼굴을, 교회에서는 신실한 성도의 얼굴을, 가정에서는 든든한 부모의 얼굴을 씁니다. 칼 융 (C. G. Jung)은 이것을 페르소나 (persona)라고 불렀습니다. 고대 연극에서 배우가 쓰던 가면을 가리키던 이 말은, 오늘날 우리가 세상 앞에 내보이는 사회적 얼굴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페르소나 자체는 죄가 아닙니다. 그것은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적응의 옷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가면이 얼굴에 눌어붙어 버릴 때 시작됩니다. 보여지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낯선 사람이 되어 갑니다.
흥미롭게도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을 향해 사용하신 “외식하는 자”라는 말의 헬라어 ὑποκριτής (휘포크리테스)는 본래 무대 위의 배우를 뜻하는 단어였습니다 (마 6:2, 23:13). 주님은 종교적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삶, 곧 가면이 신앙을 대신해 버린 삶을 꿰뚫어 보셨던 것입니다. 반면 초대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설명하면서 같은 어원의 라틴어 페르소나 (persona)를 위격 (位格)이라는 신학 언어로 승화시켰습니다. 가면을 뜻하던 말이 가장 참된 인격적 실재를 가리키는 말이 된 이 역설 속에, 이 책이 걸어가려는 길이 담겨 있습니다. 가면은 벗어던져야 할 저주가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참 얼굴을 찾아가는 여정의 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융의 분석심리학과 개혁주의 신앙이라는 두 개의 렌즈로 인간의 내면을 읽어 갑니다. 페르소나와 그림자 (shadow), 투사 (projection)와 개성화 (individuation) 라는 융의 개념들은 우리가 왜 특정한 사람에게 이유 없이 분노하는지, 왜 교회 안에서조차 관계의 갈등이 반복되는지를 밝혀 주는 유용한 지도입니다. 그러나 지도가 목적지는 아닙니다. 칼뱅 (J. Calvin)이 『기독교강요』 첫머리에서 말했듯이,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자기를 아는 지식은 서로 맞 물려 있습니다. 자기 이해의 여정은 결국 코람 데오 (coram Deo), 곧 하나님 앞에 서는 자리에서 완성됩니다. 루터 (M. Luther)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의인이면서 동시에 죄인 (simul
iustus et peccator)입니다. 그러므로 그림자를 직면하는 일은 절망이 아니라 은혜의 문턱이며, 가면 뒤의 초라한 민낯이야말로 복음이 찾아오는 바로 그 자리입니다.오늘의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가면을 두껍게 만듭니다. SNS의 프로필은 편집된 자아의 전시장이 되었고, 성과사회는 지치지 않는 유능함의 연기를 요구합니다. ‘좋아요’의 숫자로 자기 가치를 확인하는 사이, 정작 내면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집니다. 특히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 가면은 생존의 도구이자 동시에 무거운 짐이 됩니다. 저는 삼십여 년간 시드니 한인 교회를 섬기며, 성실하고 신실한 사람들이 바로 그 성실함의 가면 아래에서 소리 없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수없이 보아 왔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강단의 이론이 아니라, 목양의 현장에서 함께 울고 함께 씨름하며 길어 올린 기록입니다.
책의 여정은 에덴의 한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범죄한 아담이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고 나무 사이에 숨었을 때, 하나님은 그를 심문하시기 전에 먼저 부르셨습니다. “네가 어디 있느냐” (창 3:9). 이 물음은 정죄의 추궁이 아니라 숨은 자를 찾아오시는 사랑의 음성이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가면이 만들어진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이미 가면 뒤의 사람을 찾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 책은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하나의 안내서입니다. 각 장의 끝에서 독자는 자신의 페르소나를 성찰하고 그림자와 대면하며, 마침내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자기 (갈 2:20)를 발견하는 실천적 여정으로 초대받을 것입니다.
가면을 쓴 채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고, 심지어 신앙생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면을 쓴 채로는 사랑받을 수 없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참 얼굴을 향하기 때문입니다.

○ 목차
차 례
프롤로그
제 1 부 나도 모르는 내 마음 1
1 장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의 세계 3
2 장 감정을 억누르면 생기는 일 11
3 장 이민자의 삶, 왜 더 힘든가? 16
4 장 신앙이 상처를 감추는 방식 21
5 장 변화는 이해에서 시작된다 27
제 2 부 내 안의 또 다른 나, 그림자 32
1 장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 나 34
2 장 왜 나는 저 사람이 싫을까? 42
3 장 관계가 멀어지는 이유 49
4 장 그림자를 마주할 때 일어나는 변화 56
제 3 부 두 세계 사이에서 68
1 장 개인의 삶 속에 나타난 그림자 71
2 장 관계 속에 나타나는 그림자 투사 80
3 장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그림자 88
4 장 그림자의 통합과 영적 성숙 96
제 4 부 내면의 문제;신학적 해석과 영적 통합 102
1 장 인간 내면의 분열:죄의 영향력 104
2 장 페르소나와 위선: 신학적 재해석 1183 장 그림자와 죄의 작동 방식 131
4 장 투사와 정죄: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죄성 137
5 장 그리스도와의 연합: 통합으로서의 구원 146
제 5 부 사례 분석과 기독교 상담학적 적용 153
1 장 연구 방법 및 대상 154
2 장 사례 제시 155
3 장 심리학적 분석 160
4 장 신학적 해석 169
5 장 통합적 해석 176
6 장 기독교 상담적 적용 179
7 장 결론 181
에필로그 194
참고자료 196

○ 저자소개 : 박만경 (Man-Kyoung Park)
1987년 호주로 건너와 몰링신학대학 (Morling Baptist College)에서 신학을 공부하였고, 1991년부터 현재까지 시드니 한인 이민 교회에서 목회 사역을 이어 오고 있다.
삼십여 년의 목양 현장에서 이민자들의 내면의 아픔과 마주하며, 2021년 상담심리학 공부를 시작하여 2025년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철학박사 (Ph.D.) 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학위 논문은 「호주 한인 이주민의 영적 성숙을 위한 질적 사례 연구 – 분석심리학 이론과 기독교 상담을 중심으로」이다.
현재 시드니에 소재한 Iona Trinity College와 Iona Columba College에서 상담학 교수로 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호주상담협회 (Australian Counselling Association) 2급 상담사 (Level 2 Counsellor)로 활동하고 있다.
목회자이자 상담자로서, 신앙과 심리학의 대화를 통해 이민 교회 성도들의 영적 성숙을 돕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 개관
『가면 뒤에 숨은 나 : 내면의 그림자와 영적 성숙』은 저자가 칼 융 (C. G. Jung)의 분석심리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연구서다.
이 책은 우리가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해 외부로 드러내는 가면인 ‘페르소나 (Persona)’와,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 깊은 무의식 속에 숨겨둔 나만의 어두운 단면인 ‘그림자 (Shadow)’의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룬다.
저자는 사회적 직함이나 가면 뒤에 숨겨진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내면의 그림자를 억압하는 대신 온전히 마주하고 수용할 때 비로소 진정한 영적 성숙과 삶의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사회적 생존과 인정 욕구 때문에 쓰고 살아가는 다중적 ‘가면 (페르소나)’의 실체를 분석하고,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하여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자아와 영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영적 심리 에세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