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상호작용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꿉니다
사람은 혼자 태어나 혼자 생을 마감하지만, 삶의 대부분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능력만이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살아왔는가입니다.
상담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 가지를 자주 깨닫습니다. 문제를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초기 심리치료는 개인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집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체계를 함께 이해해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발전한 것이 가족치료입니다.
인간은 태어나 처음 만나는 공동체인 가정에서 자신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이 안전한 곳인지,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지를 배웁니다. 울 때 부모가 다가와 안아주고 반응해 줄 때 아이는 신뢰를 형성하고, 그 신뢰는 건강한 자존감의 기초가 됩니다.
반대로 이러한 상호작용이 충분하지 못하면 세상과 사람을 신뢰하는 데 어려움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표정과 말투, 반응을 통해 감정을 배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익혀 갑니다. 따뜻한 상호작용 속에서 자란 아이는 건강한 의사소통을 배우지만, 관심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울음이나 떼쓰기와 같은 행동을 통해 관심을 얻는 방식이 습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자존감과 관계의 기초는 부모와 자녀가 매일 나누는 작은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함께 놀아주고, 눈을 맞추고, 공감하며 대화하는 시간은 어떤 교육보다 값진 투자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자녀에게는 평생의 자산이 되고, 부모에게도 가장 큰 선물이 됩니다.
이러한 중요성을 나누기 위해 호주카리스대학교는 오는 7월 9일부터 10일까지 한국인형치료학회와 함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합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호주 UNSW(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부모-자녀 상호작용 놀이치료(PCIT) 분야의 전문가인 에바(Eva) 교수를 초청하여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을 통한 문제행동 개선과 건강한 애착 형성에 대해 함께 배우게 됩니다. 또한 놀이치료, 모래놀이치료, 음악치료 분야의 전문가들도 참여하여 다양한 임상 경험을 나눌 예정입니다.
선교 현장에서도 협력 사역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사역 자체보다 관계의 어려움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열정은 있지만 함께 사역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어린 시절 건강한 상호작용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성경의 사무엘을 떠올려 봅니다. 그는 하나님께 충성된 삶을 살았지만 그의 아들들은 같은 길을 걷지 않았습니다. 그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환경이 자녀 양육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상호작용은 단순히 문제 행동을 줄이는 기술이 아닙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며 사랑을 경험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이는 안정된 애착과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하고, 부모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일관된 양육을 배우게 됩니다.
가정 안에서 갈등이 반복되고 소통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부모의 양육 방식과 의사소통을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건강한 상호작용은 우리 아이의 오늘뿐 아니라 평생을 지켜 줄 가장 든든한 자산입니다.

서미진 박사
(호주카리스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
